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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케이] 별

Sandel 2016. 8. 9. 18:59










   이상하게도, 내게는 별을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능력이 있었다. 허나 그 능력은 오로지 그이만을 위한 능력이라 해도 별다른 과언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야심한 밤이 취침을 강요하라 하면, 제멋대로 남몰래 그의 손을 잡고 고요한 시골길 너머로 울렁이는 불빛을 지나 도착한 낮은 산꼭대기에 발을 디디곤 했다. 이보다 더 높고, 높은 산이 저를 반겨도 나는 그 어떠한 산보다 평평하고도 낮은 산이 좋았다. 저보다 심히 헐떡이는 그의 숨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라는 나름의 핑계도 있으나 그저 이곳이 더욱 더 별을 관찰하기 가장 안정적인 장소였기에, 그를 더 웃게 만들 수 있기에 확실히 정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그와 맞잡은 손에 힘을 준 채 위를 향하기에 바빴다.

  그리 도착한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람하게 펼친 나무도, 귀를 어지럽히는 생물의 울음소리도, 정상을 알리는 위험 방지 울타리마저 보이지 않는 단순한 산 아닌 언덕이 눈앞을 사로잡았다. 아무래도 사실을 밝히기엔 그는 이미 캄캄한 시야를 뒤로 밀어낸 채 해맑게 웃고 있었고, 나는 솔직한 아이가 아니라며 내색할 때는 이미 또다른 내가 나에게 '거짓말쟁이'라 낙인으로 찍힌 이후였다. 유감스럽게도 매일 같은 시간, 그와 함께 올라온 곳은 평범한 동네 뒷언덕일 뿐이었다. 허나 그는 나의 어리석은 거짓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아, 당연한 이유였다.

  "에이치,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항상 같은 자리, 손발이 굳은 고정된 자세로 무수한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하나밖에 없었다. 가슴 한 구석이 미어지면서도, 오로지 그이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그것은 '안내자'의 역이나 다름 없었다. 허벅지에 달라붙은 그의 손을 조심스레 올려 하늘로 뻗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눈에 보이는 별자리를 따라 손과 손을 겹쳐 선을 잇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을 가까스로 외면한 채 점에서 점으로, 천천히 선을 이어내며 조용히 웃으며 그를 가르쳤다. 어디선가 젋은 여자의 목소리가 귀를 맴도는 것만 같았다.

  "케이토, 그림을 그리자. 이걸 봐,"

  '에이치, 잘 들어. 케이토는 영원히 너를 볼 수 없단다.'

  "이건 백조자리야. 여기에서 저 멀리 있는 독수리자리를 향해 쭉 그어보자."

  '에이치는 물론이고, 에이치가 보는 건 케이토는 볼 수 없어.'

  "이렇게, 또 여기서 거문고자리를 향해 그어보면,"

  '그러니까,'

  "이걸 봐, 케이토! ……여름의, 대삼각형이야."

  그와 함께 긋던 제 손을 내려놓은 채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여전히 제가 아닌 자신의 손, 밤하늘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냥 신난다는 듯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정작 웃고 있는 그에 비해 소리를 죽이며 소나기를 흘리는 저를 무시한 채, 갓난아기 마냥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감히 그를 따라 웃어낼 수 없었다. 너무도 당연한 이유가 제 시야를 감싸 돌았다. 

  '네가 케이토의 길잡이가 되어줬으면 해.'

  그와 내 사이를 '친구'라 하기에는 그가 저 멀리 나를 두고, 애정을 부르던 밤하늘에게서 멀어진 알 수 없는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