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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7360.tistory.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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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ㅍㅌㅇㄱ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 18.
  • [에이케이] 구원 텐쇼인 에이치는 언제나 승리를 추구했다. 그에게 있어 옳고그름 따위는 없었다. 자기 멋대로, 이기심대로, 선택의 걸림길에 있다면 두 말 없이 YES를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승리를 위해 뒤따르는 신하와도 같은 존재였고, 텐쇼인 에이치라는 이름의 정점이 무너지지 않게끔, 다른 이가 차지할 수 없게끔 제지를 돕는 그의 지원군이기도 했다. 다른 말로 취급하자면, 스파이… 라 해도 과언이 아닌 별명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주변에서 오는 질문은 자그마치 지옥에 불과했다. 기분은 어때? 그런 녀석의 옆에 있으니까 좋은가봐? 뒤따라 권력도 휘두를 수 있고, 좋겠네. 나도 한 번 그 사람의 곁에 있어보고 싶어. 질문에서 시작된 말 하나는 곧이어 바램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허나 그들의 쓰잘데기 ..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1. 12.
  • [츠키히나] 무제 히나타 쇼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를 자그마치 ‘태엽감기’ 라고 정의했다. 태엽이 감겨지지 않은 그이는 그저 남들과 별 다를 것없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이었고, 제 스스로가 끼익, 끼이익. 가벼웠던 태엽을 무거이 돌리게 되는 순간 그는 한 순간 코트를 정점하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무거운 깃털처럼, 그에게 있어 태엽은 살아 숨쉬는 존재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었다. 허나 그러는 때면 그의 주변에 몰려드는 화사한 빛에 곧장 도망치고 있었다. 언제나 그의 옆은 사람과 사람들로 가득 매워져 있었고, 희망을 찾아 틈과 틈 사이에 억지로 비집으려 하면 늘 그렇듯 그의 실루엣은 어디에서조차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남겨진 것은 그에게 없는 잿빛 만이 나의 앞을 뒤덮었고, 차갑게 ..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11. 10.
  • [카게히나] 인어 이야기 치직, 치익── 칙, 어젯밤 xx해안가에서 보라색 비늘이 발견 되었다고 합니다. 사건 현장에는 비늘을 목격한 사람과…… 뽁, 티익. 노이즈만이 가득한 고물 텔레비전의 전원을 차단했다. 콘센트를 뽑았음에도 잔잔히 흐트러지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리모콘은 이미 일주일 전에 고장났고, 그것을 고치기에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건 전부 부모님으로 인해 억지로 시작된 지옥같은 자취 때문이었다. 텔레비전조차 마찬가지로, 이전 집에 있던 헌 것을 가져왔고, 신세대라고 언급될 물건조차 없는 이 곳이 나의 집임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었다. 잔혹한 부모님, 야비한 부동산 중개사. 곧장 그들을 탓하기에는 먹고 살아갈 생활비가 없었다. 생활비가 없었다. 생활비가 거덜났다. 나는 지금 그것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일조차 내게..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11. 7.
  • [카게히나] 사랑 내게 있어 사랑은 볼품없는 잡동사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온 관념이기도 했다. 나아가, 애시당초 사랑은 단순무식하게, 칭찬이라 여겼다. 남들보다 위로, 우위를 향해, 값진 승리를 향해 오르서야, 칭찬이라는 이름의 사랑을 쟁취한다. 사랑은 승리를 향한 매개체이고, 나를 더 돋보일 수 있는 하나의 장식품.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관념이라 섬겼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은 나를 이렇게 불렀다. …제왕. 처음만 해도 듣기 좋을 법한 별명이었다. 허나 그저 그렇게, 겉치레를 둘러싼 나의 별명은 어느새인가 허무이 무더져 있었다. 이기심에 취해 외톨이로 전략한 제왕에게 다가온, 자그마치 태양과도 같은 이가 눌려 얹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참으로 성가신 꼬마였다. 같은 나이임에도 .. 공감수 2 댓글수 0 2016. 11. 5.
  • [에이케이쿠로] 죽음, 그리고 하스미 케이토, 그가 죽었다. 몇몇 이들의 슬픔과, 고통 섞인 애도를 표하고 나니 가을은 이미 끝나 있었다. 굵직한 나무에 매달렸던 치렁치렁한 열매는 남모르게 후두둑 떨어지고, 샛노란 은행잎이 아래를 향해 힘없이 추락했다. 마치 신이 내려주는 하얀 눈처럼. 모든 나무에서 노란 눈을 내려주었다. 그와 어울릴 리도 없는 색의 눈잎이었다. 나는 처량한 눈을 밟았다. 노란 눈을 밟고, 노란 열매를 총총 피해, 걸었다. 왼발, 오른발을 내밀 때마다 노란 눈은 바스락, 바스락, 부르짖는 발악에 뒤로 자빠졌다. 그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소리는 커져만 갔다. 은행잎이 밟혀, 굴러가는 소리로 시작해, 바스락, 바스락. 사각, 사각. 매서운 바람이 어우러지는 소리. 휘이, 휘이. 휭, 휭. 자잘하게 떨려오는 노이즈에 심장..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1. 2.
  • [카무긴] 무제 (2) 첫만남은 이러했다. 굳게 닫힌 눈동자를 억지로 열게 하려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상하고, 너무도 다정하여 꼭 어느 곳에서든 성공을 쟁취할 수 있을 법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하찮고, 민폐로 가득 뭉친 내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아마 반대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가 무척이나 좋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리 따스한 그에게 허점이 있더라면, 누구보다도 크게 떠보였던 눈조차 그이의 곁을 떠났다는 것. 가엾게도, 그 이유 하나만으로 토해낼 수 없는 고통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다가갔다고 한들, 그것은 아주 잠깐 사소하게 일어났을 뿐이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의 자화상을 그리기로 했다. 대놓고 그의 집에 멋대로 발을 들였고, 무작정 그에게 들이댔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10. 29.
  • [에이케이] 온기 케이토, 나는 말라갈 거야. 힘없이 죽어가는 산세베리아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일주일 전에 들었던 그의 말 때문이었다. 장난이라 단정 짓기에는, 어느 때보다도 한 층 내려앉은 그의 얼글이 머릿속을 스쳤고, 거짓말이라 믿기에는 스스로가 이미 그의 운명을 실감했다. 나 홀로만이 그의 짧은 운명줄을 수긍하려 했다. 처음부터 그는 내게 있어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 고장난 시계와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러니 그가 뱉었던 한 마디를 외면 했었다. 그리고 허풍을 떨었다. 거짓말을 할 시간이 있다면, 당장 학교에 오라고. 전부 너 때문에 일이 바빠졌다고. 뱉었던 거짓말은 반환점이 되어, 다시금 내게로 돌아왔다. 아무도 모르는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과 비례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울부짖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0. 22.
  • [카무긴] 나비 시작은 언제나 평범하고, 언제부턴가 잊을 수 없는 피날레와 함께 매듭을 짓는다. 그렇게 생각한 건 사카타 긴토키의 죽음이 조그마한 땅을 울렸을 때일 터다. 그의 죽음은 허무했다. 허무함을 떠나, 텅 비어지듯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의 소식에 모든 사람들은 쏜살같이 달려왔다. 마치 대진표를 보기 위해 달려온 싸움꾼처럼, 한 치의 망설임조차 거둔 채 그에게로 걸음을 놀리지 않던가. 허나 이들이 달려오기 전, 상황은 이미 한계를 뛰어 넘었다. 죽기 전까지의 그는 한 마리의 들짐승과도 같았다. 고작 장난삼아 뱉어본 협박 하나에 그리 매달릴 줄은 어느 누가 알았으랴. 다시 그려보자니,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나의 협박은 아마 이러했을 거다. ㅡ카부키쵸는 곧 하루사메의 서식지가 될 거야. 나는 기억했다...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10. 18.
  • [에이케이] 맹세 에이치. 어릴 때의 그는 언제나 나의 이름을 밥먹듯이 부르고는 했다. 특히 단 둘이서만 있을 때에는, 지겨울 정도로 부르기에 바빴었다. 처음은 왜? 라고 내게 답을 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아니 저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는 부끄럼쟁이나 새침데기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는 나의 이름을 부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딴청을 피웠다. 내 이름 한 번, 독서 한 번. 처음은 그이만의 장난이라 여기며 넘어 갔었다. 허나 이름을 부르는 횟수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이제는 다른 이들이 있는 앞에서도 모르는 척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어물쩡한 행동에 화가 났다. 라기 보다는 심술이 생겼다. 그가 부리는 장난만큼, 나도 나만의 장난으로 대응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가 내 이름을 부르고, 곧장 외면하듯 마찬가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0. 16.
  • [에이케이] 오래된 사이 그와의 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에 대해 누군가가 묻는다면 당연하다는 듯이 환히 웃으며, 아주 멀고 먼 옛적부터요. 라 대답할 것이고, 아무리 누군가가 나의 대답을 농담으로 받아친다면, 저마저 곧이 곧대로 받아칠 것이다. 정말,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제 앞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안정을 취하라며 억지로 눕히려는 그이에게 입을 열어본다. 반겨주면 안되는 거야? 케이토.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는 그의 행동은 받아들이고 파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일까, 그것은 당연한 나머지 기가 찬 질문이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러한 질문에 시답잖은 답을 꺼내고 만다. 거리감, 그와 나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 그것이 어쩌다, 일지 일부로, 일지 모르는 괴리..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0. 8.
  • [에이케이] 편지 Dear. 하스미 케이토 안녕, 지금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즈음에 나는 이미 네 곁이 아닌 커다란 병원에서 호리호리한 껍데기를 누군가들이 옮겨가고 있을 거야. 분명 나는 눈을 감고 있을테고, 너는 이미 병실에서 빠져나와 네가 있어야 할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겠지. 아아, 그렇다고 해서 이 쪽으로 다시 돌아오지 말아줘. 너에게는 내 모든 모습이 같을 지라도, 지금의 나를 네게 보인다면 창피해서 너를 반기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 너는 부디 앞을 향해 걸어줘. 무엇이 제일 소중한 지를 생각해줬으면 해. 아무래도 그것만을 바래야, 나아가는 너의 곁에서 손을 떼어낼 수 있을 것만 같으니까. …있잖아, 케이토. 나는 이 편지를 멈추고 싶지 않아. 그저 백지 위에 글씨를 써내려가는 것 뿐인데도, 이 편지에서..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0. 3.
  • [에이케이쿠로] 무제 읏, 아파. 이러지 마. 잘게 들려오는 그의 신음이 귀를 녹였다. 그의 소리 하나에 사탕 하나가 귓 속을 맴돌듯, 절정을 표하는 그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저 그이와 성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아등바등, 미로를 걷듯 헤매어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유닛 활동이든, 마주칠 때도 자주 일어난 일이리라 생각했거늘. 한순간의 이유로 서로를 마주하고, 다르면서도 마음은 같았고, 본능 하나만으로 이리 붙잡고 매달리기를 반복한다. 이는 결코 사랑도, 우정조차 아니였다. 단순히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 라 해도 과언은 아닐 따름이었다. 연인끼리나 해보는 행위를 남자와 남자끼리 이어나간다니. 처음은 이상하다,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아니, 무서웠을 지도 모른다. 애초에 내게 있어 사랑은 여.. 공감수 4 댓글수 0 2016. 9. 25.
  • [카무긴] 무제 "인사해요. 오늘부터 당신을 지켜줄 사람이에요." 아니, 정확히는 뭣도 모르는 당신을 후원한 사람이지요. 여자는 안경을 치켜 올렸다. 척, 하고 귀를 꽂는 금속의 소리가 들렸으니, 여자는 분명 선생마냥 안경을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 모를 사람을 붙들며 말했다. 어여쁜 얼굴상이네, 라 중얼거린 여자의 말은 안 들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리 여긴다면 섭하고도 남아 돌더라. 현재, 여자의 숙덕거림이 남아도는 어설픈 기류를 따라 알 수 있던 것은 단 하나. …여자는 나를 무시한다. 안내원이랍시곤 사람을 끌고 남의 집에 멋대로 발을 들이질 않나, 비꼬는 어투로 심기를 불쾌히 만드는 꼴을 보아하니, 이 여자는 다른 이들 못지 않게 사람과 사람을 차별하기에 바쁜 몸인가보다. 아아, 여자는 물론이요, 모든 것이..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9. 18.
  • [에이케이] 망령 망령.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 건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가엾게도, 아마 텐쇼인 에이치의 숨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때일 터였다. 처음은 단순히 암울한 목소리로 죄송하다, 며 고개를 숙이는 의사는 저와 그의 부모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렸고, 상황을 파악한 후 그제서야 찾아온 동료들의 울부짖음. 벚꽃을 닮은 분홍빛의 그가 눈물을 쏟고 난 뒤에야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말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병원 지하에 위치한 장례식장이었다. 그 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서러움 섞인 곡소리는 심장을 뭉크렸고, 바이러스처럼 전염된 그의 소식에 그리 넓던 장례식장은 사람과 사람으로 붐비게 되었다. 허나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기는 커녕, 외면하고, 도망쳤다. 공적인 자리임에도 아니하고 웃고 떠들며 끼니를 채우고 마는 이들..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9. 16.
  • [카무긴] 무제 처음 눈과 눈을 마주했을 때의 그녀는 어딘가가 텅 비어져 있었다. 눈동자가 비어 있다고 해야하나, 속이 텅 비어있다고 해야하나. 그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다짜고짜 그녀의 대한 정보조차 터득해낼 수 없었다. 그저 이곳저곳 제게 손을 뻗으며 유혹을 시도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내팽겨칠 것 같으면서도, 남들과 달리 자리가 휑한 그녀가 어느새 시선을 사로잡을 뿐이었다. 그녀는 한없이 눈과 눈을 교환했다. 겉치레를 가득 두르면서도, 그 어떠한 감정조차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리라 생각했다. 빈약하고, 혹은 아름다운 학 한 마리의 옥살이, 내 눈에는 그리 보였을 지도 모른다. 허울 좋은 상상이라 하기에는 부정을 틀고 지나칠 수 없었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8. 19.
  • [에이케이] 별 이상하게도, 내게는 별을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능력이 있었다. 허나 그 능력은 오로지 그이만을 위한 능력이라 해도 별다른 과언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야심한 밤이 취침을 강요하라 하면, 제멋대로 남몰래 그의 손을 잡고 고요한 시골길 너머로 울렁이는 불빛을 지나 도착한 낮은 산꼭대기에 발을 디디곤 했다. 이보다 더 높고, 높은 산이 저를 반겨도 나는 그 어떠한 산보다 평평하고도 낮은 산이 좋았다. 저보다 심히 헐떡이는 그의 숨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라는 나름의 핑계도 있으나 그저 이곳이 더욱 더 별을 관찰하기 가장 안정적인 장소였기에, 그를 더 웃게 만들 수 있기에 확실히 정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그와 맞잡은 손에 힘을 준 채 위를 향하기에 바빴다. 그리 도착한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8. 9.
  • [에이케이] 희망↔절망 사형 대상, 하스미 케이토. 그는 서류 봉투를 펄럭였다. 훤히 개봉된 봉투 사이로 튀어나올 듯한 여러 장의 종이가 눈을 사로잡았다. 허나 그것을 붙잡기에는 이미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희생양으로 가면을 씌운 뒤였고, 제 앞에서 익숙히 웃고 있는 이가 소중한 연이자 '흑막'이라는 존재로 판명났을 때였다.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며 희망을 떠안으려 해도 눈앞에 놓인 죄악 섞인 절망은 희망을 가둔 채 웃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상황처럼, 어찌할 도리조차 보일 수 없는 제 앞에 동정심은 눈빛으로 끝을 내려다보는 그가 처음부터 짜놓은 시나리오처럼. 그리 흘러가며 기회를 엿보았다. 허나 기회는 좀처럼 잡힐리야 잡힐 수 없었다. 다수결, 재판 자리에 남겨진 사람은 그와 나 이외는 아무도 없었다. 흑막의 짜임, 벗어나고..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8. 3.
  • [카무긴] 꿈 쌀쌀한 겨울 바람이 굳게 닫힌 창문을 두드렸다. 다급함을 요청하는 바람에 몸을 비틀거리며 손을 뻗어 제 머리 위에 있는 창문을 열어보았다. 조그맣게 벌어진 틈 사이로 살가운 소리와 함께 신바람이 마치 소용돌이처럼 춤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선반에 놓인 각종 물건들을 휘몰아치고, 바닥에 내려놓은 두 세권의 책 페이지를 멋대로 펼쳐내며 직접 표시해둔 곳마저 외면한 채 중간과 끝을 다다르려 했으나, 그저 갑작스레 들이닥친 바람의 모습을 애써 눈을 감고 느끼기에 바빴다. 휘, 휘, 하고 휘파람부는 듯한 소리가 제 귀를 감싸 돌았다. 너무도 반가운 소리,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좋았다는 이유로 굳게 닫힌 입술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웃어보였다. 유리가 깨지듯 엉망진창인 풍경이 부서졌다. 결국 안타깝게도 이것은 ..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7. 27.
  • [이즈마코] 짝사랑 내가 있는 곳에는 말하지 않아도 뒤를 쫓는 한 사람이 있었다. 주위를 도는 셔터 소리가 남발하던 와중에도 몰래 무한한 카메라 사이에 숨어 날이 선 눈매를 반짝이고, 사소한 잡담에도 인터뷰라도 온 마냥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그가 좋지도 않고, 딱히 싫지도 않은 사람이리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려로 다가오나 싶더니, 가끔 뒤에서 덮치듯 달려오는 그 사람을 보면 볼수록 마치 한 마리의 푹신한 강아지(의 가면을 쓴 야수)라고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찾아오는 그에게 감사를 느끼고 만다. 주변에서 그와 거리를 두라고는 하나, 그와 마주 앉아 웃고 떠드는 잡담은 두더지 굴처럼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웠다. 같은 학교 선배이..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7. 26.
  • [히지긴] 무제 거짓, 이라 칭하였던 고통에 겨운 신음은 싸늘한 허공을 겉돌았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그이의 주먹질은 오늘따라 달디 달게 느껴졌고, 절로 찌푸린 동공으로 올려다 본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우스운 표정이었다. 이를 가관, 이라 해도 모자를 정도의 분한 표정. 오죽 화났을까, 그는 고문 의자에 앉은 제 손과 발을 묶어 두었던 두 덩치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뒤쪽으로 돌렸다. 그것은 돌아가라는 신호였다. 어찌나 잘맞던지, 아니면 그가 조직의 보스라 엄습을 느꼈던지, 거친 호흡을 몰아 내쉬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래, 모두의 앞에서의 나는 은밀한 죄인일지어라도, 그의 앞에서의 사카타 긴토키는 대역 죄인으로 낙인 찍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대역 죄인의 몸을 묶어 놓고 보이는 곳곳마다 자..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7. 20.
  • [오키긴] 꽃이 내렸다 처음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흰 가운에서부터 손을 타고 따라 오르는 그이만의 찌릿한 향이 제 코를 자극했다. 불안한 감정에 어긋난 나의 행동에 그는 재깍 알아차렸다는 듯이 뒤를 돌았다. 애매하디 애매한 그의 눈동자 넘어로 망설이는 제 모습이 보였고, 의문쩍이 고개를 기울이는 그가 무슨 일이냐며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면서도, 느긋히 빠진 그의 모습은 언제와도 같이 나의 내면을 일그러뜨렸다. 얼른 말해, 말하란 말이야. 재촉하는 속과 달리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결국 아무런 말도 못할 것만 같았다. 입을 열면 열수록, 속이 울렁거렸다. 밑에서부터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입이라는 문을 박살내고 당당히 올라설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고개를 숙였다. 더이상 그를 바라볼 ..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7. 16.
  • [아부카무] Doll 먼 옛적부터 바라온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여태까지 누구에게도 꺼내본 적 없던, 소망이자 염원이었던 것. 그래, 죽음을 바랐다. …아니, 죽고 싶었다. 파릇파릇한 어린 시절? 멋스러운 사춘기? 모든 사람에게 있었던 것, 오직 나에게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에게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유도 감히 추측해보았다. 불우한 가정환경, 날이 갈수록 파도처럼 밀려오는 스트레스, 앞으로 걸어야만 하는 대학이란 희망의 길. 이유는 많았으나, 애써 한 가지를 고르지 못했다. 되려 이 추잡한 것들이 나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 믿으면서 싫은 하루를 보내왔다.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하기 그지없었던 하루였다. 하교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서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한 마음으로 내게 손가락질을..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7. 12.
  • 무제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남은 시간은 자습, 잠시 어디좀 갔다 온다." 각별하라는 의미에 출석부를 높게 들어 교탁을 향해 힘껏 탕, 내리쳤다. 그제서야 미친 흉내를 벗어내고 씨익 웃던 이들이 웃으며 안녕히 계세요! 내게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작별을 고하더라. 당장 나가라는 뜻이겠지, 눈살을 찌푸린 채 교과서를 들고 교실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걸었다. 남아있는 일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가 빠져나온 교실은 이미 초토화 상태였다. 교문이 쾅, 닫히는 순간 전까지만 해도 부채를 들고 있던 학생들은 제자리에 내려놓고 마치 시나리오를 계획한 듯이 교탁으로 대동단결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근거리는 목소리는 교실 전체를 건드렸으면서도, 바깥까지는 절대 들리지 못했다. 아니, 그들은 이미 그가 오기 전, 묘한..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7. 10.
  • [에이케이] 환상의 끝 그는 끝없이 무법지대를 달리던 사람이었다.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를 추구하던 히어로와도 같은 사람. 허나 그는 곤경에 처한 이들을 구하지 않았다. 아니, 그 반대일 지도 모르던 일이었다. 아무리 힘든 사람이여라 해도 그들은 그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뒤로, 저 뒤로 헛걸음을 디디고 만다. 길을 잘못 들었다며, 사람을 잘못 보았다며 억지웃음으로 겉치레를 두르고 부리나케 그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갈 뿐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수없이 눈으로, 카메라처럼 찍고 싶지 않은 장면마저 눈동자란 이름의 셔터로 찍어내며 그의 안타까운 모습은 모르던 사이에 머릿속을 헤집곤 했다. 나는 그를 달래어줄 수 없었다. 먼저 그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그는 나의 어깨를 몇 번 두들기며, 왜 그러는 걸까. 라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기.. 공감수 2 댓글수 0 2016. 7. 9.
  • [오키카구] 담배 18살의 파릇파릇한 나이, 담배를 피기 시작한 것은 무더위가 뺨을 내치는 7월 중순이었다. 아마 하나뿐이었던 누님이 사라진 이후였을 거다. 공교롭게도 처음에는 담배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저 너머로 또래 녀석들이 골목길 사이로 피우는 담배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남몰래 혀를 찼던 때가 있었다. 허나 그것은 누님이 순수로 가장한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런 짓은 하면 되는 거야. 라 내게 상냥하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주었던 시기의 이야기였다. 누님의 말씀대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증오했고, 아니. 되려 누님의 말을 떠올리며 피하는 일에 바빴을 터였다. 그저 누님의, 그녀의 칭찬을 듣고파 무릇 피어오르는 호기심을 접은 채 눈을 돌렸다. 그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허나 오로지 나를 향할 줄로만 알던 그녀는 고..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7. 8.
  • [카무긴] 불협화음 음악은 마약이다. 그래, 한 번 빠져들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랄까. 지구는 음악을 사랑한다. 아니,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 중 3분의 2는 음악을 들으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나아가 모든 것을 음악으로 평가하는 곳도 있었다. 단지 여러 개의 악보를 눈으로 훑어보고, 그걸 따라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얻어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지. 허나 실제로 그런 장소가 있더라면, 바로 모든 이들이 들어볼 법한 콩쿠르가 아닐까 싶다. 전국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곳. 정해진 심사의원들의 채점에 따라 감히 순위가 나뉘어지는 곳. 그런 곳에 서서 연주하는 이들의 기분은 어떠할까. 분명 설렘보다 긴장에 눈이 멀어 초조해하겠지. 아.. 공감수 0 댓글수 1 2016. 7. 3.
  • [텐쇼인 에이치] 독백 그것은 깊고도 깊은 악몽이 눈앞을 사로잡았다. 꿈에서의 나는 늘 제멋대로인 아이였다. 허나 사리분별 쯤은 구구절절 따질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를 확연히 가려낼 수 있는 올바른 사람이라고 정연해낼 수 있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꿈에서의, 꿈에서의 텐쇼인 에이치는 사람이 아니였다. 아니, 텐쇼인 에이치라는 존재는 타인의 심리를 재로 만들 수 있는 거만한 존재였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노라면 주변 이들에게 탐탁치 못할 사형을, 정직한 자에게는 따스한 칭찬을 감싼 날카로운 가시를 도려냈다. 그래, 텐쇼인 에이치는, '나'라는 인간은, 인간이라 취급할 수 없었던 가혹한 괴물에 불과했다. 허나 그것은 내 일이 아니니 상관 없다며, 이제 이마저 익숙해지고 말던 때였으리라. 3개..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6. 29.
  • [에이케이] 색욕 그가 살아있다는 이유로 나는 그에게 몹쓸 짓을 도리어 반복했었다. 더러운 진드기처럼 그의 곁에 달라붙어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게 눈치를 주던가, 가장 중요한 학생회의 일을 병약하다는 이유로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운 채 그를 끌고 밖을 나온 적도 있었다. 절대 이해할 수 없을 법한 나의 행동에 그는 당연히 의문을 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불화살처럼 뿜어낼 듯한 독기를 내게 쏘아내지 않은 채 조용히 웃으며 함께 있어줄 뿐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시원스레 넘어가주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좋았다. 그는 나의 응석을 받아주었고, 차디찬 나의 손을 잡고선 따스히 녹여주었다. 그와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영원히 시간 속에 갇혀 벗어날 수 없는 마법이 있다면, 그와 함께 모든 것을 떨치고 재미있는 일들을 함께 그려갈 수 ..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6. 27.
  • [잭레이] 변화 푸르고, 검고, 붉고, 짙은 안개처럼 뿌연 색이 나의 색을 뒤덮은 적이 있었다. 애초에 나만의 색이 어떠한 것인지 모른 채로, 그저 엉망진창으로 섞인 색들을 있는 힘껏 받아들였다. 괴롭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느 것이든, 내 세계를 장악하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설령 ‘악’이라 불릴 지어라도 나는 나를 감추어야만 했다. 비로소 나를 감추어야 자아낸 세계를 벗어나 바깥의 것들을 모조리 죽이고, 죽일 수 있었으니까. 더러워진 손은 깨끗한 붕대로 감추면 그만이고, 붉어진 상처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면 그만이다. 그래, 마치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아이처럼, 나는 그렇게 살아갔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릴 적부터, 줄곧 그리 물들여왔다.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머릿속을 헤집는 누군기의 말들은 내 머릿결을.. 공감수 1 댓글수 0 201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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