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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케이] 망령

Sandel 2016. 9. 16. 23:24






  망령.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 건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가엾게도, 아마 텐쇼인 에이치의 숨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때일 터였다. 처음은 단순히 암울한 목소리로 죄송하다, 며 고개를 숙이는 의사는 저와 그의 부모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렸고, 상황을 파악한 후 그제서야 찾아온 동료들의 울부짖음. 벚꽃을 닮은 분홍빛의 그가 눈물을 쏟고 난 뒤에야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말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병원 지하에 위치한 장례식장이었다. 그 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서러움 섞인 곡소리는 심장을 뭉크렸고, 바이러스처럼 전염된 그의 소식에 그리 넓던 장례식장은 사람과 사람으로 붐비게 되었다. 허나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기는 커녕, 외면하고, 도망쳤다. 공적인 자리임에도 아니하고 웃고 떠들며 끼니를 채우고 마는 이들이 너무도 공포스러웠다. 그이로 인해 복잡해진 감정은 그들로 인해 엉킨 실타래처럼 영영 풀어낼 수 없었다. 이유는 너무도 당연했고, 풀어내면 풀어낼수록 두 눈에서 투명한 소나기가 고통을 자아낼 뿐이었다.

  "케이토,"

  허나 나는 그의 죽음이 그닥 서럽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부모 만큼이나 괴롭지도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기에, 그의 죽음을 이전부터 깨닫고 있었기에. 되려 폭풍처럼 밀려오는 공허함에 시야를 가릴 뿐이었다. 그의 죽음은 자그마치 휑한 구멍이 나를 덮고, 머리아픈 노이즈가 제 귀를 괴롭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한 마디로, 노여움 섞인 무의미한 감정이 제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일어나."

  이상도 하지, 그를 아득히 저 먼 천지를 향해 보냈다고 하거늘. 눈을 떠보니 죽은 그이가 제 입을 맞추고, 억지로 입을 열어 혀와 혀를 섞고 있었다. 전까지만 해도, 눈물로 죽음이라는 것을 알린 그가, 멀쩡히 살아있는 채로 길고 짧은 입맞춤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한가.

  비몽사몽 눈을 뜬 채,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다. 아아, 살아있다. 그는 살아있었다. 죽은 것이 아니었다. 믿기지 못할 사실은 소소한 기쁨에 겨워 억지된 진실로 넘겨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제 위에서 환히 웃고 있는 그를 양 손을 뻗어 받아주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물감을 덧칠한 듯한 그의 좁은 등은 이미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해지기 시작했고, 그와 맞추었던 입술조차 더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곧 아침이야, 케이토."

  "그럼, 이따 밤에 보자."

  허황된 진실이 무너지고, 그의 영혼을 붙잡으려 허공에 손을 뻗은 채 고요히 흐느끼는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