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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케이] 오래된 사이

Sandel 2016. 10. 8. 23:53
   그와의 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에 대해 누군가가 묻는다면 당연하다는 듯이 환히 웃으며, 아주 멀고 먼 옛적부터요. 라 대답할 것이고, 아무리 누군가가 나의 대답을 농담으로 받아친다면, 저마저 곧이 곧대로 받아칠 것이다. 정말,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제 앞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안정을 취하라며 억지로 눕히려는 그이에게 입을 열어본다. 반겨주면 안되는 거야? 케이토.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는 그의 행동은 받아들이고 파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일까, 그것은 당연한 나머지 기가 찬 질문이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러한 질문에 시답잖은 답을 꺼내고 만다. 거리감, 그와 나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 그것이 어쩌다, 일지 일부로, 일지 모르는 괴리감이 나를 맴돌았다. 억지로 앞을 향해 나아가려 해도, 친구라는 이름의 가시 덩굴은 나를 찌르려 했다. 그가 스스로 자아내는 관계의 선은 제 몸을 감싸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를 조였다. 이윽고 내게서 멀어지려 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나를 밀어내려 했던 거다. …아아, 당연하지. 하스미 케이토는 너를 단지 ‘친구’사이로만 바라보고 있는 걸. 마음에 품고 사는 또다른 제 소리가 맴도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나는.

  “케이토.”
  “아까 말했잖아, 너는 아직…”

  나, 이제 그만하고 싶어.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그가 단순한 친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인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감정을 머금었다. 줄곧 감싸던 감정을 안고, 진심을 내뱉으려 그에게 다가갔을 때는 모든 것이 한 발짝 늦어졌을 뿐이었다. 그는 이미 사람과 사람에 대한 관계에 선 하나를 긋기 시작했고, 그렇게 후회를 반복하기에 바빴다. 한참을 망설이던 자신을 후회했다. 증오하려 했다. 허나 놓으면 놓을수록 그는 다시금 나를 잡아주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진 그의 버릇임을 알면서도, 그를 잡고, 결코 놓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의 손이 나락으로 밀어낸다 하더라도.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제 말에 의문을 품었는지, 머리 주변으로 물음표가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정말 모르는 거야? 아무렴,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절대 모를 터다. 그러니 능글거리던 표정을 잠재웠다. 허나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떠보이니 그의 뚱한 얼굴에 풋, 하고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이이기에,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그렇게 얼굴만 찡그리면 금방 늙어버린다?”
  “지금 남을 챙길 때가 아니잖아, 에이치.”
  “케이토.”

  좋아하고 있었어. 그동안 감추었던 말은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연스레 흘러간 말은 흐르는 시간을 멈추고, 오랫동안 그여진 그의 선을 끊어내려 했다. 이것이 처음이자 끝임을 각오한 채, 가늘게 떠는 손으로 무의미한 이불 자락을 꽉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