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el 2015. 12. 1. 23:48
조화로 가득 꾸며진 갈빛 나무문을 열자 그곳에는 나를 놀라게 하는 것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흔한 책방에서나 맡을 수 있는 낡고 허물어진 책 냄새, 아기들이 좋아할 것만 같은 인형이나 소품이라던가, 널부러진 책들로부터 시작해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물품들이 바닥에 엉켜 있었다. 당연히 익숙치는 않았다. 그저 종이 쪼가리만을 믿고 달려왔는데, 굉장한 이벤트가 열리리라 믿고 헐레벌떡 뛰어 도착한 곳이 고작 이런 평범한 오두막이라니. …헌데 뭘까, 막상 느껴지는 신비로움이란. 내 눈앞에 블랙홀이 펼쳐진 듯한 그런. 아아, 빨려들어간다. 내 몸이, 광경이. 저도 모르게 신발을 벗고 멋대로 내부를 구경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수록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오묘한 기분을 느끼고 마는 집이다. 보통 사람이 살 수 없을 법한 숨 막히는 곳.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곳.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보았다. 눈 앞에는 한 번도 쓰지 못한 피아노가 놓여져 있다. 낡아빠진 피아노, 먼지로 가득 묻혀진 건반. …대체 이런곳에 누가 사는 걸까, 아무도 없으리라 믿으며 고개를 돌리자 손이 미친듯 떨렸다. 동공마저 제자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었다.

베이지색 가디건을 걸친 짧은 숏컷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여자가 중간 사이즈의 곰인형을 끌어안은 채, 주변에 그녀만한 어항 사이즈로 그려진 공간 안에 곤히 자고 있었던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