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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두 글자]

Sandel 2015. 12. 9. 18:03
춘하추, …동.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이라는 두 글자.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새하얀 가루를 손에 쥐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겨울, 이제 지긋지긋한 날들에게 작별하는 시간.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그 순간의 시간. …겨울, 겨울이다. 겨울이 되어서도 이 곳에 발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무한 교실을 보고파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라던가, 나라던가, 나라던가. '나' 라는 사람. 지금도 보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 허상으로만 비춰지는 교실이, 학원이 원망스럽다. 희미하게 비춰지는 학원의 모습이 좋다고 해야할까. 추위 속 고스란히 남겨진, 환상.

"이제 겨울이구나."

귀가 소란스럽다. 복도를 안방처럼 여기는 아이들의 발소리. 타박타박, 가벼운 발소리.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쫓고, 쫓는 아이들의 목소리. 저 뒷나무에서 느껴지는 낌새. 뒤를 돌아보면 장대만한 키를 안고있던 선배들이 나를 향해, 뛰노는 아이들을 향해 맑게 웃는다. 그들의 웃음에 나도 웃어보았으나, 정작 다시 돌아오는 환경에 눈을 흘겼다. 역시 다시 돌아올 일은 없다. 어느새 눈으로 가득 덮인 인술학원의 지붕, 무겁게 바닥에 가라앉는 나뭇잎, 그리고 가만히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나.

"으으. 춥네, 추워."

료스케, …낯익은 목소리의 누군가가 낮게 내 이름을 부른다. 당연하다시피 그 아이는 좁은 방문 틈으로 고개만 슬쩍 내밀고서는 옅게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에 붉게 달아오르는 볼을 긁적이며 함께 웃어버렸다. 멍청하게. 오늘도 그의 앞에서 이상하게 웃어버렸다. 헌데 그 웃음에 그는 추우니 들오라며 작게 손짓한다. 아아, 얼떨결에 심상에 몸을 담궜나보다. 아니, 생각이 깊었나보다. 슬슬 돌아가야지, 결국 상념을 접고 그가 있는 방으로 걸음을 돌렸다. 역시, 그도 잊을 수 없나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 나와 같은 걸까. 거리가 있어 멀리서 밖에 볼 수는 없었으나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귀가 밝은 터인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그의 웃음소리.

"이제, …겨울이구나."

끝없이 내리는 눈은 어느새 바닥을 매우기 시작했다. 그런 눈을 바라보며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저런 상태로 있다가는, 감기 걸릴지도 모를테니까,

그런 소심한 걱정으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