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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오키] Where, that (w.카구라)
Sandel
2015. 12. 14. 18:26
여러 행성 중에 나는 지구를 보았다. 함선 안에서 들여다 본 지구는 그저 단순하기 짝없는 작은 행성이나 다름없었다. 허나 자세히, 자세히 들어가보니 그 안에는 인간이 있었다. 그것은 '지구인'이라는 인간이었다. 그들은 저 작은 행성 안에서 어떻게 숨을 쉬며 살아가나,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겼다. 내가 둘러본 다른 행성들은 그 누구도 없는 허무한 무중력만이 불규칙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만, 지구. 태양의 10분의 1도 채 되지 못한 지구라는 곳에 인간이 살고 있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지구에 발을 내딛은 후일까. 아부토의 잔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어두운 요시와라가 좋았었는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후끈한 날씨에 희미하게나마 아지랑이가 보일 듯 하니, 여름이구나. 왜일까, 우주에 있었을 때만 해도 이런 상념은 들지 않았다. 허나 여기에 있으면, 뭔지 모르는 감정이 돌고돈다.
그 애매모호한 감정이 돌고있을 때,
"…카무,"
아이러니하게도 만난 상대는 바라던 그가 아닌 여동생이었다. 기대하고 있었다. 그 경찰, 모든 사무라이들은 지구에 있다고 아부토한테 듣긴 들었건만. 먼저 내게 얼굴을 비춘 건 그저 송사리 한 마리. 한참 멀어졌다 싶은 그녀가 내 한 마디로 몸이 경직한 건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만 있었더라.
더 강해졌나 싶더니, 더 약해졌구나.
처량하다 싶은 그녀의 모습에 낮게 웃음지었다. 옆에 있던 그가 무슨 일인가 싶어 같이 정면을 향하니 의아한 듯 장난스런 표정을 짓지 아니한가.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아, 이 둘. 어디서 봤던 사이구나, 하고.
"카무이."
"에도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
내 여동생이기에 조금이나마 반겨줄 거라 생각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각은 완벽하게 어긋났다. 오른발을 뒤로 빼는 걸 보면, 앞이 아닌 뒤로 빼는 걸 보면. …도망은 아니라서 다행인가 싶다. 대신 만나자마자 내게 자신의 주먹을 뻗었다. 그녀의 주먹은 맞아도 싸다. 고통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이게 너와 나의 차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런 약해빠진 주먹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왜 여기 왔냐고, 그 남자를 건드리다가는 네 목이 날아갈 거라고. …흔해빠진 대화. 그 순간 지루함을 느꼈다. 말로만 이루어진 싸움은 재미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여동생과 겨루고 싶지는 않다. 잠시 몸풀이로 상대하면 몰라도.
"지금 당장 긴쨩에게 갈 거라면,"
"신센구미 왔습니다. 길 좀 비켜주시죠."
손을 풀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낯익은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 검을 뽑으며 내 앞에 나타난 그는,
"악당은 경찰이 처리해야 경찰답지."
전에 보았던 그 눈을 잊을 수 없는 그는,
"오랜만이네, 악당."
또다시 내 고동을 폭주시킨 지구의 경찰이라는 사람이었다.
지구에 발을 내딛은 후일까. 아부토의 잔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어두운 요시와라가 좋았었는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후끈한 날씨에 희미하게나마 아지랑이가 보일 듯 하니, 여름이구나. 왜일까, 우주에 있었을 때만 해도 이런 상념은 들지 않았다. 허나 여기에 있으면, 뭔지 모르는 감정이 돌고돈다.
그 애매모호한 감정이 돌고있을 때,
"…카무,"
아이러니하게도 만난 상대는 바라던 그가 아닌 여동생이었다. 기대하고 있었다. 그 경찰, 모든 사무라이들은 지구에 있다고 아부토한테 듣긴 들었건만. 먼저 내게 얼굴을 비춘 건 그저 송사리 한 마리. 한참 멀어졌다 싶은 그녀가 내 한 마디로 몸이 경직한 건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만 있었더라.
더 강해졌나 싶더니, 더 약해졌구나.
처량하다 싶은 그녀의 모습에 낮게 웃음지었다. 옆에 있던 그가 무슨 일인가 싶어 같이 정면을 향하니 의아한 듯 장난스런 표정을 짓지 아니한가.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아, 이 둘. 어디서 봤던 사이구나, 하고.
"카무이."
"에도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
내 여동생이기에 조금이나마 반겨줄 거라 생각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각은 완벽하게 어긋났다. 오른발을 뒤로 빼는 걸 보면, 앞이 아닌 뒤로 빼는 걸 보면. …도망은 아니라서 다행인가 싶다. 대신 만나자마자 내게 자신의 주먹을 뻗었다. 그녀의 주먹은 맞아도 싸다. 고통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이게 너와 나의 차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런 약해빠진 주먹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왜 여기 왔냐고, 그 남자를 건드리다가는 네 목이 날아갈 거라고. …흔해빠진 대화. 그 순간 지루함을 느꼈다. 말로만 이루어진 싸움은 재미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여동생과 겨루고 싶지는 않다. 잠시 몸풀이로 상대하면 몰라도.
"지금 당장 긴쨩에게 갈 거라면,"
"신센구미 왔습니다. 길 좀 비켜주시죠."
손을 풀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낯익은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 검을 뽑으며 내 앞에 나타난 그는,
"악당은 경찰이 처리해야 경찰답지."
전에 보았던 그 눈을 잊을 수 없는 그는,
"오랜만이네, 악당."
또다시 내 고동을 폭주시킨 지구의 경찰이라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