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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4/긴타카] 러시안 룰렛

Sandel 2015. 12. 19. 14:48
거짓의 총구는 이미 내 이마를 향해 뻗어있다. 숨이 막혔다. 뒤에서 냉기서린 손으로 내 목을 살며시 잡아당기는 듯한, 이것은 위화감. 이제 곧 죽음을 알리는 사인과도 같이 나를 위협한다. 단 하나의 리볼버, 여섯 개의 연발 중 다섯은 거짓. 하나는 진실을 가르킨다. 즉, 이들 중 하나는 죽는다. 진실이라 한들 총알이 누군가를 꿰뚫는 순간 그 사람은 선혈을 흘리며 자리에서 아웃. 시체를 뒤로한 채 우리들은 마저 고통을 끌어안은 채 게임을 시작한다.

그렇다. 러시안 룰렛, 한 명이 살아남을 때 까지 영원히 끝낼 수 없는 게임을 스스로 진행해야만 한다.

"드디어 내 차례인가."

첫 번째 희생자는 사카모토 타츠마. 두 번째 희생자는 카츠라 코타로. …안타깝게 서로의 함정에 자기 스스로 빠져든 가여운 자들이다. 아아, 처음 이 게임을 제안한 이는 사카모토 타츠마였다. 그리 자신만만하게 게임을 제안한 그는 저렇게 처참하게 붉은 그것을 흘린 채 쓰러져 있다니, 그것도 모자라 사카모토 타츠마의 희생을 끌어안겠다며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카츠라 코타로는 얼마나 한심한 그이였는가. 사실은 알고있다. 그들은 결코 한심하지도, 가엾지도 않다는 것을. 결국은 공포였던 것이다. '범인'이란 사슬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다 종막을 치뤄버린 희극이었다. 그리하여 사카모토 타츠마도, 카츠라 코타로도. 싸늘한 주검으로 남겨져버린 거다.

우여곡절 남아있는 사람이라곤 나와 내 앞에 있는 타카스기 신스케. 드르륵, 드르륵. 탄창은 정적을 깨뜨린 채 어김없이 돌아간다.
드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드르륵, 신스케의 손이 가늘게 떨고 있다. 드르륵, 나마저도 리볼버를 잡은 손에 공포를 느꼈다. 드르륵, 드르륵. 지금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두려움조차, 공포조차 없는 무덤덤한 표정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조용하기도 하니, 네 죽을 각오나 한 번 들어볼까?"
"방아쇠를 당겨라, 긴토키."

아니, 그는 자폭을 선택한 걸까. 저가 잡은 리볼버의 탄창 소리를 그의 손으로 인하 멈추고, 그는 제 이마 쪽을 향해 리볼버를 잡아당겼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 이건 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괜히 손발을 통해 수전을 느꼈다.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을 유지하던 그가 낮게 웃음지었다. 이 의미없는 게임을 제 손으로 끝내고 싶다는 그러한 웃음이, 싫다. 싫었다. 애초에 게임을 받아들인 것부터, 죽음을 눈 앞에서 실감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헌데 어째서 우리들은 그걸 장난삼아 받아들인 것인지. 어째서, 어째서.

"네 즐거워했던 낯짝두꺼운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저가 들고있던 리볼버를 뺏어들었다. 또 다시 그의 손으로 인해 탄창은 돌아갔다. 드르륵, 드르르르륵. 탄창은 꽤나 길게 돌고돌아 어느순간, 딱. 사고가 정지하는 순간 모든 게 멈췄다. 그가 자신의 이마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향한다. 순간 동공이 자리를 잃고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이런 결말을 원한 적은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 그거 알고 있나?"

그가 하는 말은 듣고싶지 않다. 무섭다. 무서웠다. 그를 말려야만 한다. 허나 손과 발은 무거워져만 간다. 석고상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입밖에 나올 생각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듯이 가만히 있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이 게임을 좋다고 받아들인 건 바로 너야."

「탕ㅡ.」

마지막 너의 종막마저 미친 듯이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