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쇼요] 환상 (미완)
시간은 언제 어디서나 그러하듯이 흘러들어갔다. 조용한 궤적만이 남아도는 저 오두막, 창문 너머로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이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지금 쯤이면 그 넉살 좋은 웃음으로 창문 밖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나를 바라보며 이리오라. 자신에게로 오라며 손짓하거늘, 어찌 태평하게도 의자에 앉아 밀린 서적만을 천천히 묵독하는 것인가?
결코 당신이 있는 곳에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두 발은 뒤에서 누군가가 붙잡은 듯한, 움직이랴 움직일 수 없었다. 나를 붙잡는 이는 나의 본능인가, 아니면… 당신을 향한 그려놓은 나의 심상인가. 결국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채 그저 정면을, 묵묵히 책을 읽고만 있는 당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평안했다. 평온함을 만끽했다. 당신만 있으면 세상을 손에 넣은 듯한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 말한다 한들 과언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에 맨 몸을 맡겨가며 당신을 지켜보았을 터다.
그러한, 그러한 시간이 흐르며, 어느 순간인지는 모른다. 허나 '시간'이라는 틈새에 균열이 발생했다. 당신과 함께 있을 때에는 빠른 시간이, 당신이 없는 채 무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생겼을 때에는 거북이의 걸음마처럼 시간이 느릿하게 지나가고 있던 것이었다. 무얼까, 이것은. 나에게 있어 한 '사건'이 일어났나, 싶었다. 나의 단순한 생각에 불과하나… 그리 싶었다.
깊은 고심 끝에 모든 행동이 멈추고 당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불필요한 상념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설마 무슨 말씀을 하시기라도. 이러한 부푼 기대감과 함께,
"쇼요."
그렇게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이 있을 곳에 당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산책이라도 나가신 건가. 아니면, 아니면?
무엇인지 모르는 위협을 느꼈다. 당신이 있던 순백의 오두막, 당신이 거닐던 들판, 또, 또. … 당신은 없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을 터, 대체 당신은… 쇼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쇼요,"
당신이 사라졌다는 것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아, 아니. 이 감정을 '오싹하다'라고 하던지. 잘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을 읽지 못하겠다. 오로지 당신의 주도하에 움직이던 내가 무엇을 아랴. 나는 그저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것, 이것은 염원이라 불리어도 모자르다. … 허나 곁에 있어야만 하는 당신이, 당신이 없다는 사실에 고동을 느꼈다. 심장이 북치듯 뛰기 시작했다. 쿵, 쿵, 하고. 내 귀를 울리듯, 말듯. 그 소리는 생생히 박혀왔다.
"대체 어디에, …?"
불안했다. 아니, 공포를 느꼈다. 심지어 손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당신이 이 주변, 나의 옆에 없다. 아니, 없어졌다. 당신의 흔적조차, 그리운 온기조차 나의 심장… 불규칙하게 엉망을 이루는 고동으로 인해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것은 나, 나로 인해 당신이 사라지는 건가? 아니라면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이 나의 곁에 맴돌아야만 하는 증거가, 필요하다. …당신, 당신은.
희망조차 가지려 다시 둘러보아도 당신이 사라진 대신 허공에 울리는 시계소리. 째깍거리는 그의 바늘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허나 시계는, 아무데도 없었다. 그렇게 찾아보아도, 소리. 째깍, 째깍, 그의 소음은 쉴 새 없이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