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긴] 집착

 문을 열자마자 몰려든 거한 일격에 몸이 붕, 떠올라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다. 나뒹굴어진 몸을, 맞은 부분을 부여잡으며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니 나의 눈앞에는 그가 망연히 서서 느른히 웃고 있었다. 익숙한 웃음이었기에 당장 발버둥치고, 헤어나오고 싶을 만큼 잔인했다. 그의 얼굴 뿐만이 아닌 몸짓에서 드러나는 그 무수한 것들, 나를 내리친 것에 대해 그는 이를 '인사'라고 표현했다. 무슨 인사를 그리 과격하게 하던지, 희미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한가한 건가, 아니면 도망친 걸까.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위험생물이 나의 앞에 발을 들인 것일까.

 …아아, 그것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보고싶었어, 형씨."

 나를 보기 위해서, 라 그는 당당히 대답했다. 그의 말과 더불어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 애초에 그가 온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익숙한 사실이었다. 오늘로서 열 번째. 듣기론 우주 해적이라고 그러건만, 외모는 평범하디 평범한 소년. 고상한 얼굴. 그러한 고상한 소년에게서 나온다는 말아라곤,

 "당연히 내 생각은 하고 있었겠지?"

 …의문문과 함께 고개를 기울인 그가 나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벌써부터 느껴지는 압력이 오한을 불러들인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들썩이자, 그는 가만히 의미심장한 나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할 뿐. 손에서부터 전해져오는 따스한 온기는 조용히  허공을 맴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온다. 그 온기는 어느덧 나의 입을 차단하듯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저 단순한 따스함이, 순식간에 주위에 압박감 불러들이고 있더라. 잔인하기도 하지, 오싹한 상황에서도 정적을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손깍지를 끼는 그의 모습이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본인조차도 모른다는 것이 한심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 형씨."
 "……."
 "얼른 내가 보고 싶었다고 해줘."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었다. 문 앞에서 도대체, 손을 잡은 채로 그가 나를 벽으로 몰아붙인다. 느릿하게 눈을 감고, 지긋이 떠보니 등이 으스스했다. 그것은 내가 벽에 기대고 있다는 것, 나의 앞에 조그마한 그가 손의 힘을 주면서까지 '사카타 긴토키'라는 존재 자체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
 …공포, 공포를 느꼈다. 허나 그 와중에도 다행스러운 건 신파치와 카구라는 외출중, 사다하루도 카구라와 함께 자리를 떴다는 점에 감사를 느낀다. 아아, 아니. 어째서 나는 이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설마 분위기에 이끌려, 그의 늪에 휩싸여 방황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 평범하게, 평범하게, 늘 그러하듯이. 그에게 네 글자만 전해주면 그만인 거다.

 "나, 보고 싶었어?"
 "……."
 "그럼 말을 바꿀게."

 지금 당장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상했다. 말이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아, 꿀먹은 벙어리처럼 단단히 굳어있는 입이 열리지 않아. 말을 돌리고 싶어도 일방통행.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도니, 기어코 지우고 싶어야 할 것을…. 헌데 왜일까. 부정해야만 하는 그의 반짝이는 눈을 버티지 못해 끝내 뱉은 말이, 어째서.

 "사랑, ……해."

 감정이 벅차오른다. 이유모를 둔감한 감정, 이 말을 꼭 뱉고 싶었다는 것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밥먹듯이 뱉은 이유를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허나 나의 고동을 증폭시키는 그의 말이 있더라면,

 "응, 나도 사랑해."

 그의 한 마디로 인해 잠자코 잠든 심장이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