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긴] 아지랑이
《《 5년 후, 사카타 긴토키가 사라진 세상에서의 이야기.》》
《《 [요시와라 염상(편)], [해결사여 영원하라] 부분 날조 주의.》》
*
"아부토, 여긴 어디야?"
"하아? 네가 데려와달라고 했잖아."
네놈이 끈질기게 외치던 사냥감의 거처. 분명 이름이… '해결사' 라고 했지, 참.
…불만조로 틱틱대는 아부토의 얼굴이 새빨간 우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허나 그것이 되려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아아, 그리 느끼고는 천천히 나의 앞에 우두커니 세워져 있는 건물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낡아빠진 건물, 그 옆에 제대로 훼손 되어버린, 글씨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나무판자가 으스러져 있었다. 허나 이 건물이 확실히 낡았다는 증거중에 큰 사실은, 끼익─ 끼익… 볼멘소리를 지어내며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해결사…」제대로 읽기 어려웠던 나무간판이었다.
허술한 건물 앞에 가늘한 떨림이 미세하게 들려왔다. 다름 아닌 옆에 있던 아부토가 우산을 든 손을 자잘하게 떨며 멍하니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이 음침한 곳에 들어갈 생각이냐고, 혼자 들어갈 거라면 자기는 빠지겠다고…. 나이도 먹은만큼 먹은 주제에 공포에 몸을 떨며 '무섭다'라는 말을 자기 방식대로 순회해가며 말한다는 사실에 실소를 터트렸다. 더 있다가는 말보다 주먹이 앞설 것 같아 조심스레 건물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계단으로 다가섰다.
"아저씨가 겁도 많네."
"아저씨라니, 단장. 이래봬도 나……."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확인만 하고 바로 올테니까."
분명 왕년에는, 이라던가 옛날에는, 이러한 뒷말을 확실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내리저으며 그를 외면했다. 이윽고 나의 앞에 다시금 놓여진 목재식 계단을 느긋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첫 발을 계단에 내딛은 순간부터 끼익, 끼익하고 어디선가 미확인 생물체가 튀어나올 것 같은 효과음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어찌나 어수선한 노이즈였던지, 첫 발을 시작으로 기꺼이 오른 끝에도 끼익, 거리는 노이즈는 잊혀지지 않고 규칙적으로 나의 귀를 뜨겁게 달구고 말더라.
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바로 눈앞에 보이는 출입문을 살짝 건드렸다. 반은 노크의 의미였으나, 나머지 반은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그렇게 어느정도 확인한 후에야 덜컥, 문을 열고 훤히 드러나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래,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아마도 5년 전이었을까, 요시와라에서의 그와 눈을 마주쳤던 날, 아니. 그이와 야왕의 처음이자 마지막 결전을 나의 눈으로 직접 실감했을 때였을까. 나는 그 때 그이의 '강함'을 별개로 또다른 감정을 얻어냈다. 허나 나는 그 감정을 깨달아내지 못한 채 그와의 선전포고를 멋대로 약속한 뒤, 멋대로 흔적을 감춰버렸다. 확실히 그 감정은 내게 있어 오묘하고도 괴기한 감정이었기에…. 언젠가 깨닫게 되는 날에 다시 찾아올까, 하고 그리 생각했건만.
허나 시간은 바삐 흘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도 변해왔다. 하루를 우주에 보내나니, 지루해하던 나에게 아부토가 흥미조차 없는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지구에는 사계가 있다고 하는데, 사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고…. 허나 사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모조리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사계 중에서 특히 '여름'이라는 계절의 이야기를 왠지 모르게 더더욱 잊을 수 없었따.
"거처인 것 치고는 꽤 서늘하네."
작게 읊조리고는 복도에 발을 들였다. 복도라 해도 하루사메의 통로보다 열 배정도 좁아보이는 내부에 옅게 볼을 부풀렸다. 그는 강자니까, 강한 인간이기에 넓은 집을 소유할 줄 알았더니만. 그것은 나의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에 불과했나보다.
더구나 신스케처럼 부하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나의 동생을, 또 다른 한 사내를 데리고 가족놀이를 즐기던…. 심지어 값진 물품도 없었고, 고급진 액자라던가. 고귀한 물품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던 평범한 지구인의 집이나 다름없었다. 역시, 복도를 둘려보며 몇 없는 방문을 열어 살펴보니 그동안 꼭꼭 심어오던 나의 고정관념은 어느덧 사그리 잊혀져갔다. 세상에는 가난한 강자가 있다… 며, 깊게 깨닫고 난 뒤에야 정면에는 나머지 미닫이 문 하나가 망연히 서 있더라. 그렇게 손을 뻗어 벌어진 문틈을 제치고 열어보니,
"이제 온 거냐?"
"……."
"기다리고 있었다고."
창가 아래로 탁상 위에 걸터 앉아있던 그가 나를 바라보며 느른히 웃고 있었다는 거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태껏 본 적 없던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내게 손을 흔드는 그이가 비춰졌다. 따가운 시선, 창가 너머로 반사되는 햇빛에 전까지만 해도 고이 접었던 우산을 펼쳐 다시금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탁상에서 급하게 내려오더니, 천천히 문 앞으로, 내게로, 아주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허나, 나는 유감스럽게도 눈부신… 휘청거리는 햇빛으로 인해 그의 얼굴을 마저 바라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손을 뻗었다. 그가 나의 눈앞에 확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 나에게로 그가 온다. 손을 뻗으면 나의 손이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황홀함에, 그이의 웃음에 나마저 함께 웃어버렸다. 멍청한 어린아이같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반기려고 했다.
"사무라이 형ㅆ……?"
자잘하게 웃고 있던 나의 얼굴은 어느덧 그의 행동 하나로 인해 마음껏 그려내던 웃음이 사라져갔다. 그는 나를 스쳐지나갓다. …아니, 그는 나를 뚫고 지나갔다. 어느한 느낌없이, 감촉없이, 나의 손으로 부터 몸 전체로…. 몸과 몸이 겹치듯이 나는 앞으로, 그는 나를 외면한 채 뒤를 향해 뻗어 나아가고 있었던 거다. 그의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뒤돌아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단장. 사계(四季) 중에 여름이라는 계절이 있는데, 우리 야토족들이 제일─ 혐오하는 날씨란다. 너도 그 때 요시와라에서 철갑 단단히 썼었지? 그래, 더워 죽겠다고…. 어차피 이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아 맞다.
그리고 또 뭐더라… 그 날씨에 공중에 아른하게, 괴기한 허상이 피어오른다고 하던데. 그게 뜻이 뭐더라…….」
「아아, 그래. '아지랑이'라고 했던가?」
고요하디 고요한, 한적한 내부에서 시끄러이 울부짖는 매미 소리와 함께 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홀연히 서 있었다.
그래, 들은 바로는 사카타 긴토키가 불명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더라. 허나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나의 약속을 어긴 거라 부정하며 5년이라는 시간 끝에 시간을 떼어내 기꺼이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거다.
헌데 소문대로, 사실대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흔적을 찾아 주변을 어설피 수색해도, 허공에 손을 뻗어도 그는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닿을 수 없었다. ……정말로, 그가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좁은 걸음으로, 천천히 복도를 거닐었다. 조금이나마 풍겨올 것 같은 그의 향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둔해빠진 생각에,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그를 만끽했다. 그러더니 밖을 향하는 문에 손을 내기 전일까,
"죽지 말라고 약속까지 했는데……."
문득 떠올려버릴 것 같은 그의 일그러진 아지랑이(허상)에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