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타카] 봄
별볼일 없이 인중에 손가락을 얹어 가로로 살짝 움직였다. …봄, 꽃가루가 사방을 흩뿌리는 봄이라는 걸 자각할 수 있었던 건 간간히 나오는 재채기가 그의 증거일까. 처음에는 옅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크게 나오는 기침에 목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생선가시가 나의 식도를 쿡쿡 찌르는 듯한 이 기분나쁜 감각이면서도 얼른 벗어나고픈 착잡함이 겉을 맴돌 때, 아아. 이번에는 제대로 나오는 건가, 싶어 풍성한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긴 햇빛을 시선을 고정한 채 크게, 아주 크게, 윽박에 윽박을 덧붙인 재채기를 시도해보았다. 그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정면에서 우위를 향해, 어차피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원의 벤치이니까.
에취─! …이 광대한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노라면, 깜짝 놀라 달아나는 비둘기떼. 녀석들은 아마 바닥을 거닐다 큰 소리에 놀라 금세 달아나버린 거겠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내게 있어 중요한 건 완벽하게 재채기를 끝냈다는 것. 제 사명을 끝냈으니 스쿨 라이프를 벗어나 간만에 벤치에서 잠이나 실컷 늘어놓아야 하나…. 사소한 고민임에도 아니하고 늘 이런 식으로 시간을 떼먹곤 한다.
그것이 나, 사카타 긴파치가 아니려나 싶다.
"……아아,"
"…이봐."
"자고 싶다."
"선생."
허나 내 삶의 낙을 반씩이나 떼어내는 사람은 아마 네 녀석밖에 그 밖은 절대로 없을 거다.
"무슨 일이랍니까?"
불량아 중에 제대로 죽이는 불량아. 까딱하면 한 사람의 목숨이 좌우로 위태롭게 조종해버리는 네 녀석. ──마주치면 바로 손해볼 법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손해라면 한 참 전에도… 봤었던가.
나는 녀석이 싫었다. 죽도록 싫었다. 수업 도중에 멋대로 학교 밖을 나간다던지, 감히 선생 앞에 껄렁거리는 그의 자세부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러한 모습이 내게는 꼴사나운 나머지 수업 도중은 물론이고, 다른 장소에서도 그와 하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단절해버렸다. 느껴져오는 그의 따가운 시선도, 치근덕거리는 모습 마저 모조리 나의 시야에서 차단의 막을 올렸다
허나 공교롭게도, 캄캄했던 장막은 오늘에서야 끝을 매듭 짓는다. 글쎄, 왜? 나도 잘 모르겠다. 이는 바로 뜬금없이 나타난 그의 모습에, 얼떨결에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일어나고 말았다.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들추기 쉬웠던 감정, 그것을 떠나 너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동안 시선을 피해다녀서 그러했던 건지, 더더욱. 사실 모두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학교의 평범하게 다니는 불량아를 제멋대로 과대포장으로 따져보았을 뿐. 나의 감정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금방, 금방 움직여버리는 스타일. 특히 그이를 보면 멈추던 톱니바퀴가 기력을 얻고서는 무자비하게 돌아가는, 제멋대로인 스타일.
그래, 그를 보면 자연스레 피해버리고 만다. 처음에는 그저 태도라거나, 그러한 이유로 시작했으나 그건 모두 나의 착각, 오산이었다.
"나한테 하고싶은 말이라니, 마침 나도 하고싶은 말이 있었어."
"……?"
"이것도 우연인데… 하나, 둘, 셋. 하고 동시에 말하는 건 어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건지, 본인조차 알 도리는 없었다. 마치 먼 훗날의 우리들은, 아니. 전생에서부터 우리들은 이런 연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그리 신뢰해본 적도 있었다. 아무리 마이페이스를 유지해가며 그의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매섭게 뛰어오르는 심장이 나를 자극한다. 손이 떨려온다. 수전증따위 그 어디에도 없거늘…. 허나 그만 보면, 그이만 보면. 그 녀석만 보면 나는 이렇다. 나의 인생의 반을 얍삽하게 갉아놓은 단순한 인간. 그러하면서도 영원히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사람.
"선생 주제에,"
"좋아해."
"좋아하고 있어서 미안하다."
타카스기 신스케, 나의 하나뿐인 봄이 내게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