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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쇼요] 무제

Sandel 2016. 2. 22. 13:39

 가치없는 형태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 요시다 쇼요. 그것이 바로 '너'라는 형태였다. 아무런 가치도, 쓸모조차 없는… 천하를 뒤엎은 대역죄인, 헌데 너는 웃고 있었다. 죄를 거스르는, 잔인하고도 허무한 당신일 터, 그렇기에 나는 당신이 미웠다. 나의 손으로 처단하고플 정도로나 너는, 더러운 당신은, 어느샌가 나에게 지독히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오보로, 모든 이들 앞에 너는 나의 이름을 불렀다. 새가 지저귀는 작은 소리가 아니었던, 저만치서 나의 귓전까지 울려퍼지던 고통에도 아니한, 확실히 나를 반기던 목소리였다.

 허나 괘씸하기도 하지, 그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러내렸다. 묶여있는 당신의 두 눈동자는 나를 향하고, 나의 두 눈동자는 넓디 넓은 천지를 향한다. 아아, 어찌도 가여운 당신이었던가. 당신은 웃었다. 당신이 웃으면, 나는 더욱이나 비참해진다. 지옥의 끝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아니. 추락하는 어딘가의 공허함이 가시처럼 나를 관통하고 만다. 그렇기에, 못 미더웠다. 웃는 당신이 미어져, 이내 시선을 외면하고 만 거다.

 "오보로."

 "……."

 "내 말을 들어줘요."

 박혀오는 당신의 말은, 모조리, 모조리 흘러내렸다. 마치 자연스레 관계가 흐려지듯, 시냇물처럼 고요히 흐르듯 천천히 나를 괴롭힌다. 아아, 쇼요. 당신은 어째서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인가? 어찌하여 나와 당신은 거짓된 갈림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인가. 당신으로 인해 나의 속이 점점 타들어간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감정에 정신이 일그러진다. 고독히 무너져간다. 그러하기에 나의 앞에 강제로 죄악을 받들이는 당신에게 무거운 입을 열어본다.

 "잘 가라, 쇼요."

 '미안하다'라는 애매한 감정을 당신의 죽음과 함께 붉은 아카시아의 꽃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