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이라 칭하였던 고통에 겨운 신음은 싸늘한 허공을 겉돌았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그이의 주먹질은 오늘따라 달디 달게 느껴졌고, 절로 찌푸린 동공으로 올려다 본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우스운 표정이었다. 이를 가관, 이라 해도 모자를 정도의 분한 표정. 오죽 화났을까, 그는 고문 의자에 앉은 제 손과 발을 묶어 두었던 두 덩치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뒤쪽으로 돌렸다. 그것은 돌아가라는 신호였다. 어찌나 잘맞던지, 아니면 그가 조직의 보스라 엄습을 느꼈던지, 거친 호흡을 몰아 내쉬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래, 모두의 앞에서의 나는 은밀한 죄인일지어라도, 그의 앞에서의 사카타 긴토키는 대역 죄인으로 낙인 찍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대역 죄인의 몸을 묶어 놓고 보이는 곳곳마다 자신의 주먹으로 내리 찍었다. 어떠한 입소리조차 제 신음으로 인해 꾹꾹 막혔으나, 어리석기 짝없는 그를 바라보며 연달아 나오는 신음 사이로 스을 웃어보았다. 그것을 보았는지, 구긴 인상을 더더욱 눌러내던 그가 있었다. 아아, 참으로 그가 우스웠다. 그렇기에 그의 뇌리에 박힐 정도로,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의 잔혹한 웃음을 새겨주었다. 정말, 영원히 잊혀지지 못할 웃음이라 다짐한 채 식도에서부터 올라오는 검붉은 선혈을 뱉어내었다. 저를 세우고 주먹을 내리 찍던 그의 행동이 괴기하게 멈추던 순간이었다.
흐릿하게 뜬 눈동자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죽일 기세를 다잡아가며 입을 열었다.
“아아, …재미없어라.”
“너는 나를 죽일 듯이 패댈 뿐이지,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처음 그의 부하들에게 잡힌 채, 발버둥을 치던 도중 저만치 망연히 서 있던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었다. 그 때의 나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구원을 외쳤던 타이밍이었을 터다. 아니, 마지막으로 목청 터져라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뒤돌아 동정 담긴 눈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사형, 크고도 낮은 두 글자의 소리가 저를 죽이고도 남았다. …그래, 아마 그의 기밀 문서를 발견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을 거다. 결국 돌아오는 결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사실은 없었다. 그 사실을 부정할 리야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히지가타.”
“언제까지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를 생각이야?”
“히지가타 토시로.”
말끝을 흐려낼 틈도 없이 그는 두터운 손으로 제 목을 붙잡았다. 아무리 몸을 비틀어 그의 손을 떼어내려 해도 사슬로 칭칭 감겨진 손과 발은 생선처럼 꿈틀거릴 뿐, 어느 도움조차 되지 못했다. 우위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저를 쳐다보던 그는 여전히 혐오를 다스리는 듯한, 기분나쁜 표정, 언제봐도 변하지 않는 얼굴, 외우기 싫어도 외워지게 되는 V자 앞머리를 유지하며 제 눈을 아른거렸다. 여름도 아닐 터, 캄캄한 구석방임에도 아스팔트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저를 뚫고 지나서는 것만 같았다.
죽일 거면 빨리 죽이지, 답답한 것. 역시 그의 성격마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네가 가증스러워, 사카타 긴토키.”
“그래? 그렇다면 얼른 죽여.”
“온몸에 도는 혐오는 너를 죽일 거야.”
“……”
“하지만 말야,”
잠시나마 호흡이 가빠지나 싶더니, 이내 거친 호흡을 안고 정상적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피가 섞인 붉은 침을 뱉어내었다. 직접 볼 수 없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곳곳에 멍든 자국으로부터 새어오는 욱신거림은 목을 조여왔다. 한없는 고통에 영영 그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눈을 부릅 떠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의 사신이 천장에서 내려와 제게 손짓하는 환영이 시야를 파고들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를 느꼈다. 허나 그것은 서늘한 제 볼에 접촉된 그의 손이 환상을 부수고, 파도처럼 겹쳐온 입술과 입술에 현실을 향해 손을 뻗어내었다. 입술로부터 진득하게 느낀 비릿한 내음은 창살이 지나가듯 한순간에 저를 찌르고 지나갔다. 나는 이런 짓을 바라지 않았다. 되려 죽음을 바라고, 고요히 눈을 감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허나 잔혹하게도 그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도 당연해서, 길고 짧은 입맞춤 후의 뱉은 짧은 한숨이 그의 어리석음을 알렸다.
“너는 여전히 내 님이라 믿었던 가엾은 스파이야.”
그려낼 수 없는 시나리오는 마지막으로 자아낸 그의 자연스런 웃음을 과감히 거부했고, 곧이어 겹친 입술 사이로 묶인 사슬이 풀려오는 소리가 제 귀를 반겼다.
허나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대역 죄인의 몸을 묶어 놓고 보이는 곳곳마다 자신의 주먹으로 내리 찍었다. 어떠한 입소리조차 제 신음으로 인해 꾹꾹 막혔으나, 어리석기 짝없는 그를 바라보며 연달아 나오는 신음 사이로 스을 웃어보았다. 그것을 보았는지, 구긴 인상을 더더욱 눌러내던 그가 있었다. 아아, 참으로 그가 우스웠다. 그렇기에 그의 뇌리에 박힐 정도로,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의 잔혹한 웃음을 새겨주었다. 정말, 영원히 잊혀지지 못할 웃음이라 다짐한 채 식도에서부터 올라오는 검붉은 선혈을 뱉어내었다. 저를 세우고 주먹을 내리 찍던 그의 행동이 괴기하게 멈추던 순간이었다.
흐릿하게 뜬 눈동자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죽일 기세를 다잡아가며 입을 열었다.
“아아, …재미없어라.”
“너는 나를 죽일 듯이 패댈 뿐이지,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처음 그의 부하들에게 잡힌 채, 발버둥을 치던 도중 저만치 망연히 서 있던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었다. 그 때의 나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구원을 외쳤던 타이밍이었을 터다. 아니, 마지막으로 목청 터져라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뒤돌아 동정 담긴 눈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사형, 크고도 낮은 두 글자의 소리가 저를 죽이고도 남았다. …그래, 아마 그의 기밀 문서를 발견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을 거다. 결국 돌아오는 결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사실은 없었다. 그 사실을 부정할 리야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히지가타.”
“언제까지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를 생각이야?”
“히지가타 토시로.”
말끝을 흐려낼 틈도 없이 그는 두터운 손으로 제 목을 붙잡았다. 아무리 몸을 비틀어 그의 손을 떼어내려 해도 사슬로 칭칭 감겨진 손과 발은 생선처럼 꿈틀거릴 뿐, 어느 도움조차 되지 못했다. 우위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저를 쳐다보던 그는 여전히 혐오를 다스리는 듯한, 기분나쁜 표정, 언제봐도 변하지 않는 얼굴, 외우기 싫어도 외워지게 되는 V자 앞머리를 유지하며 제 눈을 아른거렸다. 여름도 아닐 터, 캄캄한 구석방임에도 아스팔트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저를 뚫고 지나서는 것만 같았다.
죽일 거면 빨리 죽이지, 답답한 것. 역시 그의 성격마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네가 가증스러워, 사카타 긴토키.”
“그래? 그렇다면 얼른 죽여.”
“온몸에 도는 혐오는 너를 죽일 거야.”
“……”
“하지만 말야,”
잠시나마 호흡이 가빠지나 싶더니, 이내 거친 호흡을 안고 정상적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피가 섞인 붉은 침을 뱉어내었다. 직접 볼 수 없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곳곳에 멍든 자국으로부터 새어오는 욱신거림은 목을 조여왔다. 한없는 고통에 영영 그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눈을 부릅 떠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의 사신이 천장에서 내려와 제게 손짓하는 환영이 시야를 파고들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를 느꼈다. 허나 그것은 서늘한 제 볼에 접촉된 그의 손이 환상을 부수고, 파도처럼 겹쳐온 입술과 입술에 현실을 향해 손을 뻗어내었다. 입술로부터 진득하게 느낀 비릿한 내음은 창살이 지나가듯 한순간에 저를 찌르고 지나갔다. 나는 이런 짓을 바라지 않았다. 되려 죽음을 바라고, 고요히 눈을 감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허나 잔혹하게도 그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도 당연해서, 길고 짧은 입맞춤 후의 뱉은 짧은 한숨이 그의 어리석음을 알렸다.
“너는 여전히 내 님이라 믿었던 가엾은 스파이야.”
그려낼 수 없는 시나리오는 마지막으로 자아낸 그의 자연스런 웃음을 과감히 거부했고, 곧이어 겹친 입술 사이로 묶인 사슬이 풀려오는 소리가 제 귀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