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사랑은 볼품없는 잡동사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온 관념이기도 했다. 나아가, 애시당초 사랑은 단순무식하게, 칭찬이라 여겼다. 남들보다 위로, 우위를 향해, 값진 승리를 향해 오르서야, 칭찬이라는 이름의 사랑을 쟁취한다. 사랑은 승리를 향한 매개체이고, 나를 더 돋보일 수 있는 하나의 장식품.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관념이라 섬겼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은 나를 이렇게 불렀다. …제왕. 처음만 해도 듣기 좋을 법한 별명이었다. 허나 그저 그렇게, 겉치레를 둘러싼 나의 별명은 어느새인가 허무이 무더져 있었다. 이기심에 취해 외톨이로 전략한 제왕에게 다가온, 자그마치 태양과도 같은 이가 눌려 얹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참으로 성가신 꼬마였다. 같은 나이임에도 땅콩만한 키는 물론이요, 어린 아이처럼 높은 톤에다, 아무리 봐도 잘만 놀아나는 성격.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먼지만큼도 없었다. 눈을 마주치면 귀신이라도 본 듯이 달아나고, 친근하게 다가가려 하면 뒷걸음질부터 시작한다. 그는 나를 경계했다. 나는 그를 귀찮아했다. 그렇기에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전학 수속을 밟아볼까, 어리석은 방법조차 망설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렇게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그가 나를 경계하듯이, 어느덧 내게 다가오는 그를 밀어내려 했다. 마치 승패가 정해진 줄다리기처럼, 그가 잡은 팽팽한 줄을 반대편에 서서, 과감하게 놓아버렸다. 이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억지로 뱉은 안도의 숨이 발목을 붙잡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읏, 카게야마……”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그를 무시하고, 외면했다. 여전히 나는 사랑을 받고 있었다. 멤버들의 칭찬, 남자들만의 격한 애정, 그런 것이 나의 사랑이었다. 허나 시간은 흘렀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툭, 툭 흐르듯 시간은 지나갔다. 흘러가는 시간에 비해 주위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로지 내가 아닌 그이, 그에게 쏠리는 시선, 관심, 그리고.
“목, 간지러워. 아프단 말이야…”
어느새인가 그를 동경하게 되었다. 소홀한 체격, 조그마한 키, 스포츠에 관심조차 없을 법한 그이. 그는 달랐다. 뜀틀을 가뿐히 넘기듯, 나를 제치고 우위를 빼앗았다. 그것이 부러웠다. 그의 실력에 저도 몰래 감탄했고, 부러웠고, 동경했고, 받아야만 하는 사랑을 하고 말았다. 그리 시작된 나의 사랑은 그에게 칼날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는 알다가도 모르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아, 나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의 사랑은 독특했다. 깨달은 건 그를 만나고 난 뒤부터일까. 나의 시선은 오로지 그이밖에 더는 들어오지 못했다.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에게 다가갔고, 그를 붙잡았다. 오로지 호기심 아닌 호기심으로, 나는 그를 괴롭히고 만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저 그와 입술을 겹치고, 목을 깨물고, 건드리기에 바쁠 터였다.
“갑자기 왜, 왜그러는 거야…?”
“히나타. 밖에 다 들리잖아.”
제발, 조용히 해줘. 질문은 제 쪽에서 던지고 팠다. 허나 단언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디서나 휘몰아치는 너의 사랑, 그런 사랑을 나는 ‘질투’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받아들였다. 그의 부정조차 내팽겨치고 말았다.
나는 그를 범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허나 그의 가녀린 숨소리는 그것이 옳다며 나를 수긍했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 특유의 고무 냄새로 가득한 체육 창고. 눈을 떠보니, 나는 오늘도 그의 사랑을 뺏으려 손을 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