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흑백 사이로 비춰지는 청녹색의 빛. 그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라 믿은 후에야 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갔다. 계속, 빛이 더 보일 때 까지 끝없이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내 눈 앞에 비춰진 빛을 붙잡은 후에야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청색으로 매워진 텅 빈 공간, 숨을 빨아들일 것 같은 위화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마치 동굴같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동굴, 맨 처음으로 내가 발을 내민 것만 같았다. 애초부터 기대 따위라곤 없었다. 애초,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기에 기대할 수 없었다.
매일 눈을 감으면 보이는 이 곳은 내 꿈 속. 텅 비어진 나만의 꿈 속이기에, 그 누구도 찾아올 수 없다는 거다.
"키하치로."
허나 유감스럽게도 이 곳에는, 내 꿈 속에서는 다름아닌 그가 있었다. 다른 공간에 존재해야만 하는 그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다가간다. 그가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넓은 걸음으로 그를 향해 손을 뻗을 때 마다 그가 웃는다. 평소 내 앞에서 지어본 적도 없는 따스한 웃음으로 두 팔을 벌린다. 냉기서린 푸른빛 배경이 그의 행동 하나로 인해 온 세상이 물에 탄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주홍빛의 배경, 그 끝에 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품은 따뜻한, 그 누군가의, 부모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너무나도 따스해서 금방 잠이 들 정도로.
"미안해요. 나는 선배를 느낄 수 없어요."
허나 확실해야만 한다. 이 꿈, 환상에서 벗어나오면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다. 내 눈이 상했다거나, 그런 게 아닌 또다른 이유가 있었기에. 현실을 직시하는 선배라면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선배는 분명……, 결국 내가 원하는 선배를 또 스스로 창조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꿈 안에서는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홀로 남겨진 외톨이가 누군가를 외치면 그 사람을 창조할 수 있다. 무언가가 먹고 싶으면 이름을 말해 먹으면 그만이다. 보고싶으면 부르면 그만이고, 먹고싶다면 외친 후에 먹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미안해요. 이제, 사라질 시간."
안녕히 가세요, 타치바나 선배.
툭, 나를 안아주던 그를 한 손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그는 한 마디조차 없이 희미하게 번지더니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또 선배를 잃었다. 한없이 괴로웠다. 처음까지만 해도, 그렇게 고통받으며 새로운 선배를, 내가 원하는 선배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것이 내 삶의 활력소이었기 때문에.
선배가 사라진 후에야 그 아름다웠던 배경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또 같은 청색의 배경, 숨이 막혀오는 동굴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 아아. 그제서야 고통을 느낀다.
갈라질 것 같은 목소리.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소원을 맡기며 울부짖는다. 달라붙은 고통에 눈물을 흘린다. 도와달라 애원해도 지금 나를 붙잡아 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괴롭다. 한없이 괴롭다. 끝없는 고통에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진실한 것, 지금 당장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
"타치바나, 선배…가, 보고, 싶……."
환상은 내 염원을 저항하고, 부정한다.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칠 때 마다 무성한 줄기가 땅에서 자라난다. 굵은 줄기는 내 몸을 묶고, 뒤이어 자라난 가는 줄기들은 내 목을 감싼다. 나아가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는 조인다. 처음에는 약하게, 약하게. 이제 그의 이름을 한번 더 부를 때 마다 강도는 점점 올라가겠지. 나 자신 마저도 환상이면 얼마나 좋으랴. …라 생각한 지 어느정도 됐던가, 기억을 추스려봐도 전혀 모르겠다.
결국 난 이런 사람이다. 그저 내가 꿈꾸는 환상이 좋은 나머지 탈출구를 찾지 못한 미아일 뿐이다.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풀어주지 않는 한 나는 빠져나올 수 없다. 여기, 이 곳에서.
환상이라는 쾌락에,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미안해요."
난 줄기에 묶여 움직일 수 없어요.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환상을 깬 '진짜'인 당신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리고, 영원히 기다리는 것.
…그러니.
항상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안녕. 영원히 안, 녕."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여.
매일 눈을 감으면 보이는 이 곳은 내 꿈 속. 텅 비어진 나만의 꿈 속이기에, 그 누구도 찾아올 수 없다는 거다.
"키하치로."
허나 유감스럽게도 이 곳에는, 내 꿈 속에서는 다름아닌 그가 있었다. 다른 공간에 존재해야만 하는 그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다가간다. 그가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넓은 걸음으로 그를 향해 손을 뻗을 때 마다 그가 웃는다. 평소 내 앞에서 지어본 적도 없는 따스한 웃음으로 두 팔을 벌린다. 냉기서린 푸른빛 배경이 그의 행동 하나로 인해 온 세상이 물에 탄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주홍빛의 배경, 그 끝에 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품은 따뜻한, 그 누군가의, 부모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너무나도 따스해서 금방 잠이 들 정도로.
"미안해요. 나는 선배를 느낄 수 없어요."
허나 확실해야만 한다. 이 꿈, 환상에서 벗어나오면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다. 내 눈이 상했다거나, 그런 게 아닌 또다른 이유가 있었기에. 현실을 직시하는 선배라면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선배는 분명……, 결국 내가 원하는 선배를 또 스스로 창조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꿈 안에서는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홀로 남겨진 외톨이가 누군가를 외치면 그 사람을 창조할 수 있다. 무언가가 먹고 싶으면 이름을 말해 먹으면 그만이다. 보고싶으면 부르면 그만이고, 먹고싶다면 외친 후에 먹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미안해요. 이제, 사라질 시간."
안녕히 가세요, 타치바나 선배.
툭, 나를 안아주던 그를 한 손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그는 한 마디조차 없이 희미하게 번지더니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또 선배를 잃었다. 한없이 괴로웠다. 처음까지만 해도, 그렇게 고통받으며 새로운 선배를, 내가 원하는 선배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것이 내 삶의 활력소이었기 때문에.
선배가 사라진 후에야 그 아름다웠던 배경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또 같은 청색의 배경, 숨이 막혀오는 동굴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 아아. 그제서야 고통을 느낀다.
갈라질 것 같은 목소리.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소원을 맡기며 울부짖는다. 달라붙은 고통에 눈물을 흘린다. 도와달라 애원해도 지금 나를 붙잡아 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괴롭다. 한없이 괴롭다. 끝없는 고통에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진실한 것, 지금 당장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
"타치바나, 선배…가, 보고, 싶……."
환상은 내 염원을 저항하고, 부정한다.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칠 때 마다 무성한 줄기가 땅에서 자라난다. 굵은 줄기는 내 몸을 묶고, 뒤이어 자라난 가는 줄기들은 내 목을 감싼다. 나아가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는 조인다. 처음에는 약하게, 약하게. 이제 그의 이름을 한번 더 부를 때 마다 강도는 점점 올라가겠지. 나 자신 마저도 환상이면 얼마나 좋으랴. …라 생각한 지 어느정도 됐던가, 기억을 추스려봐도 전혀 모르겠다.
결국 난 이런 사람이다. 그저 내가 꿈꾸는 환상이 좋은 나머지 탈출구를 찾지 못한 미아일 뿐이다.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풀어주지 않는 한 나는 빠져나올 수 없다. 여기, 이 곳에서.
환상이라는 쾌락에,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미안해요."
난 줄기에 묶여 움직일 수 없어요.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환상을 깬 '진짜'인 당신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리고, 영원히 기다리는 것.
…그러니.
항상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안녕. 영원히 안, 녕."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