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건너 상 편,
http://ahi7360.tistory.com/37)
고독, 그것은 내게 있어 평화의 상징.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주성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렇게 신뢰하던 고독도 시간이 흘러 헛되이 무너지고 있을 때, 나조차 망가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고독, 내 심장의 일부분이자 소소한 삶의 즐거움. 이것마저도 서서히 흩어져,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헌데 나는 붙잡지 않았다. 그대신 붙잡자, 라는 먹자국에 놓는다, 라 덧칠하고 만 거다.
그렇게 고독이란 두 글자는 어느덧 너로 인해 지워져갔다.
그래, 바로 너.
케마 토메사부로라는 인력으로 인해 내 삶의 고독이란 구름은 천천히 개어져갔다.
"벌써 저녁이네."
전까지만 해도 창밖을 비추던 햇빛이라는 이름의 스포트라이트는 서늘하게 그 어느 곳에도 비춰주지 않던 대신 주홍색 배경의 팔레트가 하늘을 덧칠하듯이 아름답게 물들였다. 태양은 사라지고, 그 뒤를 잇는 노을이 태어났다. 아니, 노을이라 해도 태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아마, 아마도.
그것과 함께 불과 몇 시간만 해도 서먹했던 그와의 사이에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꽃봉우리다. 조금, 아주 조금만 그를 붙잡으면 나는 무언가, 그에게서 '사랑'을 느낄 것만 같아 심장이 쿵, 쿵. 하고 북치듯 울리고 있었을 뿐이더라.
함부로 남의 집에 침입해 일부로 어질러놓은 방을 둘러보는 그, 아아. 케마 토메사부로라고 했던가? 알고보니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저 침입자라 느꼈던 그이를, 어쩌다 이렇게까지 온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벙벙하기 짝 없는 그이인데, ……그러한 그이인데.
"어둡기도 하니 슬슬, 돌아가볼게요. 누나."
아주 짧은 만남이었다. 두 시간 가량, 그것하고도 몇 분을 넘긴 시간의 아주 짧은 만남과 이별이었다. 그를 만나 내가 한 것이라고는, 내가 어쩌다 그를 이곳으로 불렀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는 것. 그 뿐일 터, 생각이 늘어날수록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템포가 빨라져간다. 이윽고 빠르게, 더 빠르게 움직여 불규칙적으로 움직여가는 나를 스스로 제지할 수 없더라.
그를 좋아한다, 이러한 감정은 아니였다. 그저 그를 보면 볼수록 뭐랄까. 어디선가 봤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내 주변을 맴도는 그를 보면 볼수록 누군가와의 얼굴이 희미하게, 아주 미세하게 겹쳐져 보였다. 그는 누굴까, 대체 누굴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설마 먼 우주에서 나를 보기 위해 달려온 남자가 아닐까, 하는 어느새인가 흔하디 흔한 소녀의 상념에 퐁당 젖어있었다.
"미안해, 결국 기억해낼 수 없었어."
"…괜찮아요. 그 덕에 즐거웠으니까요."
"응, …즐거웠어?"
"……네."
보이는 틈마저 없는, 조화로 아름답게 가꾸어진 나무문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그런 내 모습을 그가 지켜보고 있다. 따가운 시선이 아닌 낯익은 시선에 오히려 달갑게, 따스하게 느껴지고 있을 찰나 그가 누나, 하고 이름이 빠진 인칭을 내 앞에서 작게 외쳤다. 어차피 이 곳에는 너와 나, 둘 밖에 없었기에 더 크게 말해도 괜찮다… 라 생각했거늘, 허나 그것은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 볼에 감촉이 느껴졌다. 아니, 닿았다. 그의 여린 입술이 닿았다. 그의 가녀린 입술이, 나의 볼에 닿았다. 그는, 내게, 입을 맞춘 것이었다.
아주 잠깐, 짧은 순간에 쓰나미라도 일어나는 듯 했다. 놀랐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터라 되려 아쉽다는 멍청한 욕심이 넘쳐흐르고도, 넘쳐흘렀다. 볼에서 입술을 떼어낸 그는 한 치의 부끄럼조차, 망설임조차 없는 당당한 얼굴이었다. 허나 자신이 한 행동을 확실히 알던지, 붉으스름한 홍조를 띄운 그의 얼굴에 풋, 하고 작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응, 나중에ㅡ."
이대로 그를 보내기엔 그간 함께 있었던 정, 애정이 사그리 녹아내릴 것만 같아 나는 그에게로 사뿐 다가가 진한 남색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길게, 아주 길게 그와 나의 입술을ㅡ.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멋대로 저질러버린 일, 그 일을 주도한 건 내가 아닌 바로 너였으니까.
"기다리고 있을게, 다시 와줘."
그렇게 웃으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그에게 작별의 인사를, 마지못해 손을 흔들며 저도 모르게 여태까지 지어보지 못한 해맑은 웃음을 그에게 그려보고 있었다.
http://ahi7360.tistory.com/37)
고독, 그것은 내게 있어 평화의 상징.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주성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렇게 신뢰하던 고독도 시간이 흘러 헛되이 무너지고 있을 때, 나조차 망가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고독, 내 심장의 일부분이자 소소한 삶의 즐거움. 이것마저도 서서히 흩어져,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헌데 나는 붙잡지 않았다. 그대신 붙잡자, 라는 먹자국에 놓는다, 라 덧칠하고 만 거다.
그렇게 고독이란 두 글자는 어느덧 너로 인해 지워져갔다.
그래, 바로 너.
케마 토메사부로라는 인력으로 인해 내 삶의 고독이란 구름은 천천히 개어져갔다.
"벌써 저녁이네."
전까지만 해도 창밖을 비추던 햇빛이라는 이름의 스포트라이트는 서늘하게 그 어느 곳에도 비춰주지 않던 대신 주홍색 배경의 팔레트가 하늘을 덧칠하듯이 아름답게 물들였다. 태양은 사라지고, 그 뒤를 잇는 노을이 태어났다. 아니, 노을이라 해도 태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아마, 아마도.
그것과 함께 불과 몇 시간만 해도 서먹했던 그와의 사이에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꽃봉우리다. 조금, 아주 조금만 그를 붙잡으면 나는 무언가, 그에게서 '사랑'을 느낄 것만 같아 심장이 쿵, 쿵. 하고 북치듯 울리고 있었을 뿐이더라.
함부로 남의 집에 침입해 일부로 어질러놓은 방을 둘러보는 그, 아아. 케마 토메사부로라고 했던가? 알고보니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저 침입자라 느꼈던 그이를, 어쩌다 이렇게까지 온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벙벙하기 짝 없는 그이인데, ……그러한 그이인데.
"어둡기도 하니 슬슬, 돌아가볼게요. 누나."
아주 짧은 만남이었다. 두 시간 가량, 그것하고도 몇 분을 넘긴 시간의 아주 짧은 만남과 이별이었다. 그를 만나 내가 한 것이라고는, 내가 어쩌다 그를 이곳으로 불렀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는 것. 그 뿐일 터, 생각이 늘어날수록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템포가 빨라져간다. 이윽고 빠르게, 더 빠르게 움직여 불규칙적으로 움직여가는 나를 스스로 제지할 수 없더라.
그를 좋아한다, 이러한 감정은 아니였다. 그저 그를 보면 볼수록 뭐랄까. 어디선가 봤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내 주변을 맴도는 그를 보면 볼수록 누군가와의 얼굴이 희미하게, 아주 미세하게 겹쳐져 보였다. 그는 누굴까, 대체 누굴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설마 먼 우주에서 나를 보기 위해 달려온 남자가 아닐까, 하는 어느새인가 흔하디 흔한 소녀의 상념에 퐁당 젖어있었다.
"미안해, 결국 기억해낼 수 없었어."
"…괜찮아요. 그 덕에 즐거웠으니까요."
"응, …즐거웠어?"
"……네."
보이는 틈마저 없는, 조화로 아름답게 가꾸어진 나무문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그런 내 모습을 그가 지켜보고 있다. 따가운 시선이 아닌 낯익은 시선에 오히려 달갑게, 따스하게 느껴지고 있을 찰나 그가 누나, 하고 이름이 빠진 인칭을 내 앞에서 작게 외쳤다. 어차피 이 곳에는 너와 나, 둘 밖에 없었기에 더 크게 말해도 괜찮다… 라 생각했거늘, 허나 그것은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 볼에 감촉이 느껴졌다. 아니, 닿았다. 그의 여린 입술이 닿았다. 그의 가녀린 입술이, 나의 볼에 닿았다. 그는, 내게, 입을 맞춘 것이었다.
아주 잠깐, 짧은 순간에 쓰나미라도 일어나는 듯 했다. 놀랐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터라 되려 아쉽다는 멍청한 욕심이 넘쳐흐르고도, 넘쳐흘렀다. 볼에서 입술을 떼어낸 그는 한 치의 부끄럼조차, 망설임조차 없는 당당한 얼굴이었다. 허나 자신이 한 행동을 확실히 알던지, 붉으스름한 홍조를 띄운 그의 얼굴에 풋, 하고 작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응, 나중에ㅡ."
이대로 그를 보내기엔 그간 함께 있었던 정, 애정이 사그리 녹아내릴 것만 같아 나는 그에게로 사뿐 다가가 진한 남색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길게, 아주 길게 그와 나의 입술을ㅡ.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멋대로 저질러버린 일, 그 일을 주도한 건 내가 아닌 바로 너였으니까.
"기다리고 있을게, 다시 와줘."
그렇게 웃으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그에게 작별의 인사를, 마지못해 손을 흔들며 저도 모르게 여태까지 지어보지 못한 해맑은 웃음을 그에게 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