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다. 바람이 차다. 찬 바람에 몸을 맡고 있자니, 차라리 방 안에 들어가 드러눕고 싶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수 없는 것이, 들어가고픈 방 안에는 마주치기 싫은 '그 녀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하필 임무라는 게, 여장으로 요시와라를 진입하라는 것일줄은 생각도 못했으니 말이다. 임무, 그깟 임무로 인해 나는 그 버거운 가발을 뒤집어 씌웠다. 곤도 씨가 챙겨준 기모노도 입었다. 이것은 미친 짓이였다. 더구나 히지가타도 같이 함께라는 점에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아, 구역질난다.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결국 그들과 함께 있느니 홀로 몸을 움직이는 게 나을까 싶어 주위를 서성이더니…,

"어라, 낯익은 녀석이야."

녀석과 마주친 것이다. 분명 기모노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을 터, 특유 야토의 직감이 있던지 그는 나를 세워 확인을 시도했다. 절대 고개를 들지 않으리라. 절대, 절대로. …라 그리 힘까지 주어가며 턱에 올라온 그의 손가락을 거부하니 결국 그의 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마리다. 멍청하게도 내 스스로 자신있게 그의 앞에 고개를 드는 순간, 후후. 하고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나의 손목을 끌고 어디론가 향하지 않던가.
미친, 이런 미친. 성급히 그가 붙잡은 손목을 풀어내려 해도 괴수의 힘을 괜히 얕볼 수 없었으리. 그래, 그리하여 상황은 이렇고 저렇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저 미친 놈은 아무데나 들어갔다. 돈조차 없이  자신만의 괴력으로 사람을 협박하고, 멋대로 텅 비어있는 방에 끌고와서는…… 그래, 미친 짓이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가 했던 말은 더더욱.

"잠시만 나가있어."

그렇게 찬밥신세로 쫓겨났다는 거다.

"이런 뭣같은……,"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히지가타와 곤도 씨를 만났다는 것은, 아아. 어째 오늘 하루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리라.
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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