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디일까. 등골이 서늘하긴 커녕 후끈후끈 타올랐다. 아아, 그래. 그는 날 이 곳으로 끌고 온 것이다. 분위기도 잘 잡지, 꼴좋게 낙사를 선택하겠다, 라. … 절벽에서의 결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허나 이것은 승자와 패자를 가릴 수 있는 최후의 순간이었다. 열기가 느껴진다. 저 너머 화산이 폭발할 것 같은 그러한 열기, 이제 곧 온기로 느껴지려나… 싶었다.
한 번의 실수를 거듭하다가는 죽는다. 안타깝게 죽어버린다. 허나 누가 쓰러질 지, 살아남을 지 아직은 미지수였다. 망연하게 웃고있는 그는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완벽, 똑같았다. 삽살개같은 웃음을 또 보게 될 줄이야, 헌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표정 하나하나에 어색함을 느꼈다. 억지로 웃어야만 하는 강박감, 압박이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이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저만치서 우산을 잡는 그, 아니. ……그녀인가?
아아. 이것은 환각, 환각이 일어났다.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가 않는다. 시멘트처럼 딱, 절벽의 끝을 맞이하는 끝자락에 서서 되려 무언가, 아니. 자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작전인가. 내게 혼란을 불러오는 그를 바라볼 때 마다 환각을 느꼈다. 가까이 다가가면, ……어느 누군가가 보일 듯한 그러한.

'사디.'

그녀라는 이름의, 그러한 영혼.

틈을 노릴 수 있으리라 단언했다.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이 조금씩 떨고 있었다. 허나 나의 주먹이 그의 얼굴로 향하고 있을 때, 모든 것이 일시정지. 너도, 나도 일시정지. 아니, 전부 다 멈춰버렸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 발자국도, 그저 내게 맞는 것만을 기대하며 잠자코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아니면 그의 계략일지도, 그의 생각을 파고들 수 없었다. 미지수, 내게 그는 쉽게 놀아날 수 있는 장난감이라 생각했건만.

"경찰이 인간이라 안타까워."

고작 녀석과 내가 닮았다는 이유로 '사랑하
는 그녀'로 생각했다니, 안타깝네. 안타까워.
아아, 천벌이 쏟아졌다. 잔혹한 벌이었다. 그가, 그가 아닌 그녀의 주먹이 내게 날아오는 듯 했다. 그것에 맞아 붕, 떠올랐다. 그렇데 떠올라 도착한 곳은… 이제 손을 뻗으면 그녀와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행복. 나의 뒤를 응시하던 그의 모습이, 마치.

"이미 네가 사랑하는 그 누구는, 죽었는데."

마지막 종착점을 가리키는 듯, 무거운 공기와 함께 죽어가고 있었다.
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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