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아주 조그마한 호롱불이 있었다. 곱디고운 원형을 유지한 채, 어두운 길을 환히 비춰주는 호롱불,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 그 사람. 나는 그가 정한 목표를 뒷받침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나무목자. 그것 뿐이어도 괜찮았다. 그것 뿐이어도 세상을 누비며 살아갈 수 있었으니… 오로지 당신, 그이의 주도 하에 구원받은 나는 당신이 창조해낸 새장 속 새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 그의 안에 갇혀있는 것만으로도 가만히 숨을 쉴 수 있다는 거다.

 그러던 어느날, 평화를 유지하던 새장에 금이 하나, 둘씩 그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새장은 과감하게 그어져가는 금으로 인해 완전히 허물어졌다. 무뎌졌다. 그 다음부터는─.

 "미안해, 아부토."

 그의 호롱불이, 나만의 새장이 망가지고 있었다. 콰직, 이라던가. …빠지직, 하고 들려오는 내면의 음성은 그의 한마디로 인해 모든 것이 깨지고 만 것이다. 그래, 농담일 수도 있겠지. 우주에서 농담도 즐겨가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 즉, 지구인처럼 웃으면서…… 생각을 겹쳐보았다. 그의 말을, 절대로 믿을 수 없었기에 나의 잡념으로 부정하려 해도 정작 돌아오는 것은 그 무엇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작 돌아오는 것은, 용맹무쌍한 그의 모습에서 흐르던 투명한 눈물과 함께 단풍의 색을 닮은 그의 머릿결이 점차 희게 변하는 아이러니한 시츄에이션.

 이 병명을 무엇이라 하던가. 아아, 지구에서 유명세를 띄우던 「백저」라고 하던가.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조사 결과를 따르자니 이름만 백저, 라는 것 밖에. 하필이면 그 백저에 걸린 사람이 우주인, 한 명의 망할 야토밖에…. 자세히 더 알고 싶었다. 허나 그의 옅은 목소리, 죽을 것 같은 목소리 하나에 진실 하나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말았다.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나 참, 그러니까 누가 지구에 멋대로 발을 들여가지고…."

 "손, 잡아줘."

 눈이 점점 멀어져간다는 사실. 아울러, 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마지막 이야기. 침실에 누워있는 그의 앞에서 도대체 무엇을 실감하고 있는지, 알까보냐. 대신 손을 잡아준다고 한들, 그가 낫는다는 것도 아니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괴수가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신체 일부를 앗아가겠다는 거라면 몰라도.

 ……이런 결말을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단 말이다.

 "…아부토."

 기꺼이, 아주 힘겹게 뻗어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느껴져오는 건 그의 온기가 아닌 냉기라는 사실에 비참하게, 천천히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맞잡은 나의 손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이것은 반동, 그의 손이 파르르 떨고있음에 반사하는 나의 전율.

 "늙어빠진 주제에 어린애처럼 울지 말아줘."

 우는 것이 아니다.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것 때문에 눈에서 소금이 흘러내리는 거다. 라 감히 반박할 수는 없었더라. 서서히 눈을 감는 그의 앞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던 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기에, 애석한 아저씨의 눈물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가… 무서웠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당연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붙잡았다. 매일 그이의 뒷담화를 반복했던, 죽어가는 그를 붙잡아 애원하기 시작했다. 흡사, 그의 말대로 주접떠는 어린애처럼.

 "하하, 과거에 우주해적왕을 하시겟다던 단장은 어디로 갔대?"

 "……"

 "분명 그 길을 닦아놓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선."

 "……아부토."

 희미해진다. 그 자연스런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는 모기가 울부짖는 소리. 그의 여린 목소리는 나의 눈망울을 건드렸다. 그런 나에 비해, 그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선명하게, 이런 상황이 뭐가 좋은 것인지 멋대로 웃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금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잡은 손의 느낌, 그 부드러운 손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애초에 그깟 병에 걸려 돌아온 그이가 무척이나 한심해서, 괜찮다고 하며 당당히 웃어주던 그를 부정한 건 나였는데. 그러한 내가 지금 눈앞에 있는 당신을, 죽어가는 나의 단장을 바라보며 훌쩍이는 한심한 모습을 과연 무어라 할까. 당신은, 아니.

 나의 하나뿐인 지독한 단장.

 "나대신 허드렛일좀, 부탁할게."

 ──잘있어,

 하루사메 제 7사단 단장. 나의 하나뿐인 부하, 아부토.

 매일 떠넘기던 뒷일, 전부 떠넘기고 갈게.

 ─안녕,

 "단장──!!"

 ──나중에 보자.

Posted by San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