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것 같아.”
어째서? 라 개의치 않게 질문하는 그의 손을 냉큼 뿌리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게는 그 질문에 대답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런 거다.
어째서, 어째서. 아까부터 불안히 내게 손을 뻗다 접는 시늉을 반복하는 그에게서 등을 돌려 어여쁜 선홍빛의 벽에 시선을 고정했다. 더 이상 그이와 마주하면 마주쳐야만 하는 그 불안한 얼굴을 피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정적을 이뤄내며 지긋이 눈을 감는다. 그와 동시에 어설피 입꼬리를 올려본다. 여전히 나의 머릿속은 그 신선한 낯짝으로 뻔뻔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그 사람이 평소 볼 수 없었던 웃음을 지어내고 있으니까. 그 웃음과 더불어 내게 손을 뻗어주는 그 사람의 손을, 사카타 긴파치가 아닌 사카타 긴토키의 손을 맞잡고 있으면 그 어디든지 향할 수 있을 것만 같으니까.
“…그래, 그러냐?”
“응.”
“그럼 저 건너편의 그 녀석에게 전해라.”
“…….”
조금씩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사라질 리가 없을 터, …아아. 아마 이것으로 현세의 그와의 완전한 이별이라는 걸 예상해본다. 천천히 다리에서 허리로, 복부로……. 순식간에 사그러져가는 신체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잠깐 외면했던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그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속이 시원하다는 정도로나, 그리 입꼬리를 광대하게 올리면서까지 활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