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그가 죽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하다. 싶은 그 여름, 무더운 여름날에 의미불명한 사고로 인해 그는 죽었다. 이제 나의 곁에 없었다. 끈질긴 도S, 사디스트, 치와와라 불리던 그가, 나의 하나뿐인 소꿉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그 때 무슨 반응을 보였던가. 마하의 속도로 장례식장에 달려갔을 무렵에 대문짝만한 크기의 그이의 사진이 걸려있었을 때… 그의 사진 밑으로는 안녕을 고하던 국화가 놓여 있었다. 그, 곱디고운 국화꽃들이 그의 앞에―.

 그 순간 친구라는 녀석이 나의 곁에 없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야 참던 눈물이 소나기처럼 거세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입에서 새어나오는 흐느낌을 감출 수 없자하니 그래, 나는 울고 있었더라. 어린아이와도 같이 서럽게,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을 이제야 부정하면서 울고 있었다.

 그러한, 그런 비극적인 나를 받아들이며 끌어안은 이가 있었다. 그와 비슷한 느낌, 아니. 서글픈 향기를 뱉으며 나의 등을 토닥이던 그녀는 다름 아닌 오키타 미츠바였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가여운 사람. 누구보다도 많이 눈물을 떨궈야 하는 사람. 오키타 소고의 친누나.

 “괜찮아, 괜찮단다.”

 그녀는 내 앞에서 서글픈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우는 것조차 내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머금어주었을 뿐. 허나 그녀의 슬픔은 누구보다도 확연히 아는 사람은 나다. 그녀가 나를 품에서 떼어내고, 비틀거리며 그의 영정사진 앞에 무릎을 꿇으며 조용히 가여운 구슬비를 쏟는 그녀의 비극은 유감스럽게 아무도 관여할 수 없던 일이었으리라.

 그렇게 그녀가 눈물을 달랜 후에야 조문객들이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누님과 나를 비롯해 오키타 소고의 반 선생과 뒤이어 쫓아오는 학생들이 그만이었다. 아아, 얼마나 잔혹한 일이었는가. 그들은 조용히 각자 들고 있던 국화를 올려놓기 전, 그의 앞에 큰절을 차린 뒤에야 전자를 실행할 수 있었더라.

 시간은 비운하게 흘러들었다. 장례식장은 통곡조차, 분열조차 없이 그저 그리 흘러들어만 갔다. 깊은 정적만이 우리를 반겨준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일이려나. ……아아,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이, 오키타 소고는 고작 18살이란 나이, 청춘을 만끽할 나이에 그는 목숨을 태워버렸다. 앞으로 더 늘려야만 하는 추억이, 고등학교 생활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그런건 싫었다. 이제 영영 이별이라는 그 자체가….

 “싫단 말이야…….”

 다시 또, 흐르기 시작했다. 나의 배꼽시계가 완전히 멈춘 대신에 눈물시계가 째깍, 째깍 하고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최악이다. 차라리 이렇게 눈물 따위를 흘릴 바에야 한 시라도 빨리 녀석에게 찾아갈 걸,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이에게 달려가 손이든 발이든 붙잡아놓고서 무슨 말이라도, 억지로 무언가의 애원을 간절히 요청할 것을. …왜 이러한 생각을 지금에서야 울고불며 후회하는 것인가. 왜, 이러한 결말을 아무도 예상치도 못한 것인가.

 나의 소리는, 울부짖음은 점차 정적을 이루던 장례식장을 흐트렸다. 그 소리에 옆에 앉아 있던 누님마저도 조용히 검은 소매로 눈물을 감추고, 그것을 지켜보는 긴파치 선생과 함께 반 아이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누님을 제외한 그들은 힘내, 라던가 기운내라는 격려 없이 그저, 그렇게 공백을 유지해야만 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일까, 한 학생이 붕어처럼 뻐끔거리나 싶던 입이 조금씩 벌어졌다.

 “원인.”

 죽음의 원인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세운 범인, 아니. 원인은? ……한 학생, 히지가타 토시로가 뱉은 말뿐만으로도 위협과 살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겹쳐오르는 감각에 오한이 몰려들었다. 히지가타는 오키타 소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다른 말로는 베프라던가, 나아가 룸메이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우정이 하늘로 치솟았었는데, 그러한데.

 “대체 왜 죽은 거냐고―!!”

 결국 들끓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채 그는 앉은 자리에서 벅차고 일어나더니, 오키타의 영정사진 앞으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사태를 파악한 그를 이어, 잠자코 있던 긴파치 선생까지 그가 있는 쪽으로, 뒤이어 우리들 마저 그와 선생이 달려간 곳으로 느릿하게, 느릿하면서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의미가 없었다. 히지가타 토시로가 하고 있던 행동에는 자신의 모든 비열한 감정을 담고 있었음에 비해 그것은 너무나도 의미가 없어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기에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결국 꽃으로 가득 매워진 오키타 소고의 영정사진을 들지 못해 아무런 죄가 없는 벽을 주먹쥐어 내리쳤다. 소고, 소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입 사이로 짙은 신음이 새어나올 정도로 히지가타는 분노를 느꼈다. 아니, 공포에 질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우리들, 심지어 누님마저도 오키타 소고의 사망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을 터. 허나 원인이 없다고 의사가 그리 말하였다. 원인이 없는 죽음. 그것은 무의미했다. 절대 성립할 수 없는 공식이었기에 이리도 비굴하게 굴어야만 했다.

 반복된 행동에 지친 건지 히지가타는 벽을 몇 번 내리치다 위태롭게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긴파치 선생도 그러한 그의 행동을 무심히 바라보더니 그의 옆에 무릎을 숙인 채 오열하는 히지가타를 끌어안으며 상황을 진정시켰다.

 그저 단 한 가지,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에 속으로 울부짖고 말았다. 그러하기에, 그러하기에.

 “잠시 겐가이 영감에게 다녀오겠다, 해.”

 불안정한 절벽의 끝, 만약 그곳에 내가 있더라면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리다. 그만큼 친구를 잃은 상심은 배로 불어났다. 그가 없다는 사실은 공백, 그러한 공백이 늘어날 바에는.

 “이런 건 이상하다고, 이상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리더!”

 과거로 돌아가는 거다. 그가 살아있던 과거의 발자취를 따라 원인을 밝혀내는 거다. 그것이 내가 내린 최후의 선택이었다. 나의 발언에 모두가 필사적으로 붙잡기 시작했다. 항상 실패작을 거듭해서 완성해내는 그런 미친 박사에게 가겠느니 받아들이라, 나는 지금 잘못 선택한 거다. …라고. 고요히 긴파치 선생의 품에 안겨 흐느끼던 히지가타까지 나를 응시하더니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박사에게는 절대 가지 말라는, 부정의 뜻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라, 리더. 후회할 게 분명할 터!”

 특히 리더라는 호칭과 함께 나의 팔을 붙잡으면서까지 애원하는 사람. 카츠라 코타로였다. 학생들은 흔히 그를 ‘즈라’라고 부르오나 그는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 라며 유쾌함을 안겨주던 남자가 이번만큼은, 사뭇 진지함이 얼굴에서부터 묻어나오지 아니한가.

 모두가 나의 선택을 부정한다. 네가 그럴 바에는 우리들은 오키타 소고의 죽음을 받아들이리라, 는 의미가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끝내 즈라의 팔을 뿌리친 채 도망쳐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 따위는 없다. 부정한 것들을 집어넣었다. 그 대신 나의 하나뿐인 소꿉친구, 오키타 소고에 대한…… 아아, 어째서 그를 생각할 때 마다 심장이 북치듯이 진정을 못하던지―.

 이내 심호흡을 깊게 늘었다 놓은 후에야 영감이 있는 연구소로 달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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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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