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후를 예상할 수 없는 어둑한 쪽빛 하늘을 내려, 선명한 조명 아래로 검은 정장을 이어 페도라를 뒤집어 쓴 두 남자가 서로 경계하듯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서 있는다. 아무리 같은 정장에 모자라 한들, 두 사람은 과연 '같은 사람'이라 칭할 수 없는 것의 중점은 다름이 아닐까, 키 차이였다. 왼편에 서 있는 남자보다 오른편에 우뚝 서 있는 남자의 키가 전자를 훌쩍 넘어선다. 허나 이를 외면하고, 오른편의 남자는 허리춤에 가만히 채워진 리볼버를 꺼내들었다. 이으고 총구가 향하던 곳은, 상대, 왼편 사내의 얼굴이었다.

 그래, 긴토키는 카무이의 심장을 향해 리볼버를 한 번 사르륵, 총열을 회전하는 위태로운 소리와 함께 카무이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럼에도 아니하고 카무이는 바닥을 향하던 시선을 느릿하게 올려, 웃는 낯짝을 당당히 긴토키에게 내밀었다. 반항이라 여기던지, 방아쇠에 얹은 손가락에 곧장 당겨버릴 듯이, 힘을 실어내는 긴토키의 표정이 카무이와는 정 반대로 눈살을 찌푸렸다. 주름살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산산조각. 마치 퍼즐 조각이 샅샅이 흩어진 기분으로나 일그러져 있더라.

 "그걸로 지금 날 쏠 생각이야?"

 "…그렇다면?"

 "그럼 한 번, 쏴 봐."

 이 모든 걸 자신의 '재미'로 판단하던지, 카무이는 조금씩 긴토키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깃털처럼 가벼운 카무이의 걸음 거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토키는 오로지 시선을 카무이에게로 향한 채, 리볼버를 잡은 양 손의 힘을 유지해가며 의미불명한 침을 무거이 넘겨냈다. …아아, 어째설까. 카무이의 발이 점점 긴토키에게로 향해올 수록, 긴토키의 손이 자잘하게 떨기 시작한 것은. 이는 과연 불안의 증거일까, …아니라면.

 긴토키와의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 채, 카무이는 웃음을 죽이고 고개를 위로 들어, 오직 긴토키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이윽고 요술같이 변해내리는 쪽빛에서 흑으로, 캄캄한 저주를 내리듯, 함께 카무이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절대로 날 죽일 수 없어."

 그렇지? 당당히 마주하는 긴토키의 앞에 혀로 입술 주변을, 아니. 입맛을 다스리더니 그가 쥔 리볼버의 위치를 옮겨 억지로 자신의 심장에 단단히 겨누는 카무이가 있었다. 감히 도발하는 한 마리의 뱀처럼, 카무이는 긴토키를 강압하기 시작했다. 무겁고도 거센 카무이의 도발에 긴토키는 정신적으로 견뎌낼 수 없는 억압에 육체가 흔들린다. 어미 잃은 아기새의 울망이는 눈동자, 주체할 수 없는 수전 증세에 잡던 리볼버는 상하좌우로 격란의 춤을 그려낸다. …그래. 웃음기를 벗어낸 카무이의 모습에, 혹은 어디모를 '카무이'라는 심해에 긴토키는 결국 몸의 중심이 흐트러진 채, 그 자리에서 무릎을 L자로 굽혔다. 카무이의 앞에, '강자'의 앞에 애써 몸부림치는 행위를 스스로 포기한 '약자'의 모습처럼,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감히 추태를 부리고 만 거다.

 자신이 창조해낸 상황에 만족하듯이, 다시 생기발랄한 웃음을 그려내며 카무이는 허리를 굽혀 가만히 눈물만을 그렁그렁 내리는 긴토키의 시선과 마주했다. 어찌나 서러웠던지, 얼마나 덧없이 괴롭던지, 그저 초점을 놓아 그 사이로 투명한 물방울을 쏟아내던 긴토키는 카무이의 눈을 감히 외면할 수 없던 노릇이었다. 이는 너무나도 잔혹해서, 아니. 카무이의 시선을 피하기에는 이미 들고 있던 리볼버가 격한 춤사위에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하기에, 가여운 본인이었기에 긴토키에게 비춰지는 카무이를 애써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뿐이었다.

 "그동안 소홀히 해서 미안해."

 "……."

 "이제 이런 짓은 그만하자."

 카무이는 자신의 왼손을 올려 조심스레 긴토키의 엉겨진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던지, 느린 손길로 푸르고도 은은한 머릿결을 자연스레 쓸어내리며, 다른 한 손은 자신의 허리춤에 채워진 권총을 낮게 들어올렸다. 이윽고서 장난감 다루듯이, 악질적으로 뒤로 높게 던져들었다. 이건 이제 필요없다며…….

 총을 뒤로 던져내는 그의 모습에 긴토키는 모든걸 자각하고 눈이 크게 떠짐과 동시에 자신에게 불어온 입맞춤을 제 스스로 피해갈 수 없었다. 태풍처럼 닥쳐온 카무이의 입맞춤에 긴토키는 카무이의 어깨로 손을 뻗어 그를 떼어내야 할 것을… 되려 그의 등을 세게 붙잡고 입술을 격하게 교차했다. 입술과 입술이 벌어져 서로를 엉겨붙고, 떼어질 수 없게 거미줄처럼 서로를 붙잡는다. 그래, 긴토키는 하나부터 열 가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일제히 받아들였다. 그것도, 카무이라는 이름 앞에.

 "사랑해, 형씨."

 그의 말이 바삐 끝나기도 전에 지독한 하늘은 이를 부정하며 분노의 비를 쏟아내렸다. 아아, 참으로 잔혹한 두 사람에게 보내는 신의 눈물처럼 선명하게 비춰졌다.

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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