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카구]

카테고리 없음 2015. 2. 21. 17:20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짝짓기를 맺고, 나중에 혼인이라는 도장을 꽝하고 찍는거라 긴쨩이 그렇게 말했다. 긴쨩은 그런걸 왜 묻냐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는 마음속에 있는 갈증을 꾹 참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무섭게도 흘러가면서, 점차 부풀어나는 갈등은 억제할 수 없었다. '결혼', 그가 말했던 이 두글자는 나를 울게 할 것만 같았다.
웃음을 유지하며 다시 긴쨩에게 물었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짝짓기를 맺다 실패하는 바람에 퇴짜맞은 여자는 어떻게 되냐고, 그러면 혼인이라는 도장을 찍을 수 없냐고, 그렇게 물어보았다. 잠시나마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긴쨩이 대답하기를, 어쩔 수 없다며 짝짓기를 한 기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내게 무덤덤하면서도 진지하게 얘기하였다. 대답을 다 듣고나서야 멈추던 시간이 재빠르게 흐르고 있는것만 같았다.
나는 절대 울고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앞에서 대담하게 여자를 데려오며 대담하게 팔짱을 끼고, 대담하게 결혼한다 말하며 여자는 나를향해 악마같은 웃음을 짓고, 대담하게 나를 무시한채 뒤돌아 걸어가는 사디가 싫었으니까. 울면 지는 거니까.

'얼라야, 미안한데 나부터 간다. 식장은 신센구미 둔영이다. 올거면 오고, 어차피 안 올게 뻔하지만.'

사디가 생각하는 게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며 생각했다. 긴쨩, 신파치도 사디의 말을 들은건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신센구미 둔영쪽으로 향했다. 내 표정을 읽은건지, 안좋아보였던건지 신파치가 괜찮냐며 내 등에 손을 올려놓았다. 평소 내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억지로라도 신파치의 손을 내리쳤다. 신파치가 발악하며 내게 소리치자, 긴쨩이 시끄럽다며 신파치의 머리를 때린다.
그래, 이 기분이다. 이 행동, 이 표정으로 다녀야 해결사 다운거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우리들은 신센구미 둔영에 발을 내딛게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한다. 토시도, 고릴라도, 그리고… 점장을 입은 사디와,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전부 다 해결사네가 왔다는 소리에 뒤돌아 크게 박수를 친다. 신파치는 얼굴을 붉히고, 긴짱은 무덤덤하게 아무데나 덩그러니 앉아 자키를 잡고 궁시렁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사디를 바라보았다. 사디도 전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다 싶더니, 다시 눈을 돌려 자신의 옆에서 손을 꼭 잡고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고릴라가 가운데에 자리잡고 서서 크게 외친다.

"에에, 지금부터 신센구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군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릴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신센구미 대원들과 손님들이 일어나 박수를 크게 쳤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조금씩 손이 떨렸다. 입이 벌벌 떨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사디의 옆에 있는 여자가 몰래 뒤돌아 나를 쳐다본다. 마치 신데렐라에 나오는 새언니처럼 기분나쁘게, 사악하게 웃는다. '결혼식' 이라는 말에 나는 넋을 잃고 결혼식을 치르는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회자는 고릴라였는지라 바보스럽게 사회를 진행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뭉친 사람들 사이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모든 걸 내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디와 여자가 팔짱을 끼고, 서로를 맹세하겠다는 듯이 입을 맞추고 떼기를.
사실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와의 결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디와 나는 짝짓기를 하지 않았다. 혼인이라는 도장을 쾅, 찍을수도 없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디를 사랑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나였으니까.

고릴라가 진행을 끝내자 신센구미 둔영 앞으로 검은색 차 한대가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차 앞에 둥그렇게 서서 차를 타는 신랑과 신부를 바라본다. 그 전에 뭐라도 한마디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나는 뭉쳐있는 사람들을 힘으로 떨궈내며 겨우겨우 차 앞에까지 오게 되었다. 하필이면 사디가 차 문을 닫을 때, 아슬하게 사디의 앞까지 서 있었다. 사람들에게 밀려나온 탓일까, 아니면 내 본능의 탓일까. 사디가 잠깐 기다리라며 여자를 기다리게 하고 타려던 차 문을 닫고 사디가 내 앞에 섰다. 그가 내 눈앞에 있다.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나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옷깃을 잡으면서 가지말라며 메달리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울기도 싫었으니까.
무언가를 다짐한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사디의 앞에서 소리쳤다.

"…결혼, 축하한다 해."

짝사랑은 참 즐거운 것 같다. 사디가 내게 눈을 돌리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가 내게 관심을 껐다는 걸 한참 전에 눈치챘다.
결혼도 할 거라는 걸 전에 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네 '결혼' 이라는 말에 종지부를 찍으며 그동안의 짝사랑을 잊지 않을거라고 몇번이고, 수백번이고 다짐하고 있었다.
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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