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쇼인 에이치는 언제나 승리를 추구했다. 그에게 있어 옳고그름 따위는 없었다. 자기 멋대로, 이기심대로, 선택의 걸림길에 있다면 두 말 없이 YES를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승리를 위해 뒤따르는 신하와도 같은 존재였고, 텐쇼인 에이치라는 이름의 정점이 무너지지 않게끔, 다른 이가 차지할 수 없게끔 제지를 돕는 그의 지원군이기도 했다. 다른 말로 취급하자면, 스파이… 라 해도 과언이 아닌 별명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주변에서 오는 질문은 자그마치 지옥에 불과했다.
기분은 어때?
그런 녀석의 옆에 있으니까 좋은가봐?
뒤따라 권력도 휘두를 수 있고, 좋겠네.
나도 한 번 그 사람의 곁에 있어보고 싶어.
질문에서 시작된 말 하나는 곧이어 바램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허나 그들의 쓰잘데기 없는 바램은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애당초 그는 남들에게 잘 보여지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이를 향한 질문은 역으로 돌고, 돌아 나를 향해 꽂아 내릴 뿐이었다.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나에 대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그를 위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그렇듯 나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고 만다.
그것은 모두 거짓말로 가득 매워진 말이지만 말이다.
“그냥 그렇지, 뭐.”
어차피 소꿉친구이기도 하니까, 무난한 정도야. 그렇게 지어낸 허구는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잠들 것이고, 그의 앞에 밝혀질 일은 없을 것이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같잖은 질문을 받을 때 즈음이면, 그는 언제나 나의 손에 닿지 않는 장소에 머물러 있었고, 그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행동 자체가 제 몫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만 그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말한다.
또 가는 거야?
지겹지도 않아? 매일 가는것도 힘들텐데…
그 사람이 좋기 좋지, 아무리 그래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의 뒷담은 나의 지옥이었고, 어느덧 나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도망쳤다. 그들을 뿌리치고,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최대한의 속도를 높여, 발을 놀렸다. 그렇게 뛰고, 뛰었다. 불쾌하게도, 그를 향한 비난은 이명이 되어 나의 귓전을 맴돌았다. 마치 밤마다 시끄러이 울리는 모기처럼, 나를 쫓아오는 죄악의 무게처럼, 나를 괴롭혔다. 그래, 이질감이 들었다. 수없이 몰려오는 이질감은 나의 몸을 잡아 당기고, 그의 뒤를 따른 이유만의 죄악은 나의 목을 잡아 올렸다. 아무리 도망치고, 달아나도, 그것은 마치 데자뷰처럼 또다시 쫓아오고 말았다. 지금도, 그렇게, 나는 허우적거린다. 듣고 싶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억지로 들어가며, 고막에 꾸역꾸역 넣어가며, 오늘도 여전히 ‘그곳’을 향해 아이처럼 달려가본다.
그리 도착하면, 어제와 변함없는 그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메스꺼운 약품 냄새로 가득한 병실 아래, 하늘의 색을 빼닮은 병원복 차림의 그가 나를 향해 웃는다. 그리고,
“어서와, 케이토.”
고르지 못한 숨을 다스리던 나를 양 손으로 와락 끌어안는다. 그의 품 하나에 이명이 사그러지고, 눈이 녹듯 천천히 지워져갔다. 그래, 그는 그냥 그런 존재일 리가 없었다. 나는 그가 필요했다.
오늘도, 내일도, 늘 그렇듯 그의 구원을 받으며 하루를 지탱해야만 했기에, 그가 없는 나날은 상상할 수 없었기에. 따스한 그의 품에 눈을 감았다. 이것이 나의 애처로운 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