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는 어디, 흑백에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지금 당장이라도 눈이 핑, 돌 것만 같아 괴로워진다. 이런 곳에서 영원히 갇혀야 한다는게, 이상해. 이상해서 화가 나. 그저 이 안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만 봐야한다는 게, 너무나도 웃겨서 끓는점을 찾기 시작한다. 분노의 시초를, 원통하다. 빠져나가려 해도 벽을 두드려도, 주먹을 써봐도, 철쇠보다도 단단해 되려 손이 아파올 뿐이다. 공간은 넓다 싶어도 몸이 굽혀져 발을 쓸 수 없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건 이 맛간 입술과 애원을 청하는 두 손. …지금 나는 갇혀있다. 살아갈 수 없는 흑백의 공간, 정사각형의 육면, 이 숨막히는 공간에서.

나를 가둬놓은 사람의 정체는 확연히 알고 있다.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다. 재갈이 물려있지 않아 다행일 망정이지, 그는 비통한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한꺼번에 쓸어모아 선택한 실험대상에게 몽땅 부어주는 그런 잔인한 사람. 이번 실험 대상은, 전체 한 사람 중에서 그 한 사람. 나, 나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혀줄까?"

절대로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속박된, 가엾은 존재다. 내게 빛이란 없다. 빛도 없고, 희망도 없는 이 어둠 안에서 그저 위태롭게 지새우며 저 너머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 그게 정녕 내가 해야 할 '숙제' 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참 웃기기도 하지, 누구는 갇혀있는데, 저 사람은 속 좋게 자판이나 두들기고 있다니. …저런게 내 박사라고, 내 빌어먹을 박사라고…

"타케야 하치자에몽!"

칭해야 하는건지.

"왜 불러?"

성갈도 더럽다. 전보다 더 뻔뻔하게 나갈줄은 꿈에도 모를 이야기다. 먼 훗날, 그 사람. 하치자에몽은 아닌데, 지금은 사념에 발칵 뒤집힌 괴물로 밖에 더는 보일리야 그리 보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숨이 막혀온다. 가쁘게 쉬어가는 호흡 사이에서도 절로 침이 넘어간다. 또 어떤 말을 들어야 할지, 내 반박을 들어주기나 할지.

"나는 이제 네 실험체가 아니야."

그러니 놔줘, …발버둥 쳤다. 절대로 칠 수 없는 발버둥을, 정육면체에 부딪혀서라도 이 칠흑 덮인 어둠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만일 신께서 기적을 내려주어 이 벽을 제 손으로 깰 수 있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면.

"…헤이스케?"

그래, '실험체' 의 운명을 벗어나와 지금 당장 너를 깨부숴줄게.

"돌아가자, 하치자에몽."

너와 내가 있었던 맨 처음으로.

"……응, 가자."

돌아가자, 너와 내가 있던 기억(추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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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신이 내려준 세가지의 욕구를 얻고 만다. 하나는 탐욕, 하나는 식욕, 그 나머지 하나는… 아주 오래 전,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기에 전부 기억 속에서 찢겨 사라지고 만 뒤다. 하필 제일 중요한 하나만, 조금 웃긴 이야기라 생각했다. 부장이 한 이야기니 더더욱. 아무튼 난 그런 얘기를 여의치 않게 귀에 담았다. 그리 관심사도 아니면서도, 이유는 없다. 비웃음 당할 목적으로 말을 꺼내나 싶기도 했고, 그런 이야기를 대원들 앞에서도 하는 걸 보아하니 조금 머리가 어찌됐나 싶기도 했다.

이건 마침 길을 걷다 생각난거다. 일을 뒷전으로 미룬 채 마시는 바깥 바람은 얼마나 사납던지, 사나운 정도는 아니나 내게는 그렇다. …아, 가을이구나. 라 떠오르게 할 정도로, 볼을 찌르는 거슬린 아침 바람이다.

--땡땡이 치기도 오케이. 분명 부장은 날 찾는다던가, 실내에서 소리를 빽빽 지르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을 테다. 원래 일상이 다 그렇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놀아나고, 같은 시간에 일을 하고… 일을 했던가. 뒤로 집어넣자. 그래, 그렇다. 매일 반복에 반복을 거둬 하루를 무덤덤하게 마치고 만다. 사실 그런 나날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벗어나고 싶은걸지도 모른다. 만약 함께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
"……뭐야?"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괴력녀, 일지도. 그녀는 남다르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만, 차원을 뛰어넘는 그런 여자. …강하다고 하기에 힘만 무식하다 불려도 쓴 여자, 아니. 돼지.

항상 아침마다 꼭 같은 시간에 큰 생물을 산책하는 그녀를 마주한다. 이렇게 마주했을 때, 먼저 스치고 지나가는 쪽은 분명 저 여자 쪽이다. 전에도, 그 전에도 그랬으니까. 이번에는 틀을 살짝 깨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스치고 지나가면, 그녀는 무슨 반응을 할지. 내 예상대로 이루어질지.

"먼저 지나간다."

말 그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덤담한 그녀의 표정이 살짝 거슬리기 하다만, 아무렴 뭐 어때. 맹한 표정에 웃음을 감췄다. …나름 귀엽게 느껴졌다 싶으면 큰 착각. 완벽한 오산이다.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스치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온기. 분명 바람은 찰텐데, 정말로 종 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그렇기에.

"는, 거짓말."

스치나 싶은 타이밍에 손목을 붙잡고 뒤돌아, 틈을 노려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맞대다 떼어냈다. 상황을 끝마치니 뒤늦게야 반응하는 그녀의 고함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지금 당장 귀를 막고 싶을 지경이다. 당연스레 무시하고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 뒤돌아 앞을 향해 거닐었다. 계속 꽥, 꽥. …돼지가 짖는다.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잠깐 지루한 생활의 금을 내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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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여왕이 어렸을 때, 시계탑 앞에서 한번 부딪힌 적이 있었다. 여왕이 머리를 심하게 다친건지 내 앞에서 크게 울자, 나는 울고있는 여왕을 무시하고 일어서서 발길을 돌릴려고 하자 여왕이 내 옷깃을 붙잡더니 울먹이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가…지…마.'

이것이 어린 여왕과의 첫 만남이였다. 어느샌가 여왕과 우연스레 만나면서 인연을 쌓게 되었고, 이상하게도 그녀와 마음도 척척 잘맞았으며 신기하게도 여왕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도 잘 알고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여왕은 내게 '다시마초절임' 이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며 한번 먹어보라고 건네준다. 꽤나 시큼하면서도 달달한게 다시마초절임의 특징이였다.
여왕과 내가 같이 다닐 때 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무슨 일인지 몰라서 사람들을 무시하고 여왕을 바라보며 즐거운 얘기를 해주고 있었을 때, 누군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저 녀석, 어째서 카부키쵸 여왕과 어울리고 있냐…, 백성이 높은 신분과 마주쳐도 되는 거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 옆에서 다시마초절임을 먹고 있는 그녀, 이 사람은 카부키쵸의 여왕인 카구라 라는 것을. 그걸 알게되자 나는 여왕의 부하들에게 잡혀갔고, 그곳에서 여왕의 오빠라 불리는 '카무이' 라는 녀석과 만나게 되었다. 카무이는 에도 전체를 통치하고 있다한다. 카구라는 동생이기에 이 카부키쵸 안을 관리하고, 그들의 아버지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고있다며 카무이가 내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카무이는 잡혀온 내게 마지막으로 작은 부탁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못난 동생을 지켜줘.'

그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여왕을 지키겠다는 멩세를 몇번이고 반복했다.
기필코 내가 '악' 이 되어서라도 카부키쵸의 여왕, 나만의 여린 여왕 카구라를 지키겠다고.

그 후로 나는 힘을 갈고닦아 16살이 된 지금, 여왕의 정식 부하로 항상 여왕의 옆에서 카부키쵸의 상황을 보고하며 잡일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되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여왕의 다시마초절임을 갖다주는 역할도 추가. 항상 3시를 가르키는 교회 종소리가 세번 울리면 재깍 여왕에게 큰 그릇에 다시마초절임을 하나 담아서 가지고 와야한다. 덜렁 하나라서 설거지 할 걱정 없겠다, 엄청 깨끗하다. 다시마초절임을 입에 물고있는 여왕한테 시비를 걸면 또다시 말싸움이 시작되고 만다. 나도, 여왕도 그 말싸움을 웃으면서 즐기고는 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여왕을 위해 부하가 된 건 전부 물거품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면 기억하지 못하는 척, 하는건지 계속 장난스럽게 나를 부려먹는다. 그럴때마다 가끔 '이런 미친여왕' 라고 여왕의 앞에서 중얼거렸다가 짤려나갈 뻔했다. 자르겠다는 말만 하지 실제로는 자르지 않았다. 여왕에게 죄송하다, 잘못했다고 빌빌거린 적도 없다. 왜냐면 나보다 2살어린 사람한테 존댓말 쓰기도 싫었고, 말만 번지르르하지 머리가 텅비어있는 여왕은 보면 볼수록 은근 괴롭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롭히기도 전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으리라.

카부키쵸의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을 일으킨 자는 신센구미와 양이지사였다. 사실은 다 알고있었다. 신센구미는 계속 여왕의 밑에서 일하기 싫다며 내팽겨쳤고, 양이지사는 애초부터 여왕을 박살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폭탄테러를 하고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그 둘이 손을 맞잡고 혁명을 일으켰나보다.
2년 전, 한때 신센구미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여왕을 지키기 위해. 대원들이 내 힘을 보고 감탄하며 나를 따르겠다고 뒤에서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봤자 귀찮은 녀석들이였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친화력으로 똘똘 뭉쳐져있는 종이더미와도 같았다. 그리고 부장인 히지가타 토시로 와 국장인 콘도 이사오는 신센구미의 자랑스러운 별이라고도 불렸다. 콘도 씨는 내 고민을 잘 들어주었으며 다른대원들보다 혼자 있던 내게 손을 뻗어준 유일한 구세주같은 사람이였고, 히지가타 씨는… 그냥 히지가타 씨였다. 식성이 약간 보기가 싫었지만 참아야 했다는게 열받았다.
그렇게 친목을 다져오던 신센구미가, 그동안 좋아해왔던 신센구미가 양이지사를 쫓아가야만 하는데 되려 손을 잡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신센구미와 양이지사는 여왕의 목을 노리고있고, 여왕의 대한 불만이 있던 시민들도 한두명씩 그들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왕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무슨 일이냐, 해?"
"야, 혁명 일어났다잖아 빌어먹을 여왕아."
"뭣… 아니 여왕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해! 죽을 부하."
"둘이 싸우지마시고, 얼른 도망치시라깐요!!"
"싫다 해, 차라리 죽을거면 이 빌어먹을 하인하고 죽을거다 해."
"입다무세요, 여왕 죽으면 나야좋지만 나도 지옥행이야."
"아아아아아ㅡ!!!! 몰라요!! 저, 저부터 나갈테니까 소고씨가 여왕님 데리고 뒷쪽으로 도망쳐나오세요!!!"

다급해진 신파치가 얼버부리며 소리치더니 금방 나가버렸다. 혁명이 일어난 지금 여왕과 나, 둘만 남고 다들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기회가 있으리라. 한쪽으로는 여왕과 같이 뒤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도망쳐도 시간이 없다. 창문을 슬쩍 바라보자 카부키쵸의 기사단이 전부 점멸되어 있었고, 내부에서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울려퍼지고 있었다. 여왕도 그 소리를 들은건지 내 옷깃을 꽉 잡고 울먹인다. 옛날처럼, 울것만 같았다.
결국 고심의 끝에 내가 결정한 건 하나밖에 없었다.

"여왕, 숨바꼭질…할래?"
"지금 그럴 시간이 아니잖냐! 이 썩을부하!!"
"아니, 하자. 마지막으로… 내가 여왕 옷장에서 네 옷을 입을게. 여왕은 이 망토를 걸치고 당장 도망쳐, 지금 당장."
"그게 무슨 술래잡기냐고!! 멍청아, 그렇게는 못한다 해! 죽을거면 나와 같이…!!"
"약속, 했잖아요?"

무슨수가 있어서라도 나는 반드시 여왕을 지켜주겠다고.

서로 등지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나는 입던 옷에 여왕의 드레스를 껴입고, 여왕은 자신이 입던 드레스를 벗어던지자 또다른 편안한 복장이 따로 있었다. 전에 여왕이 그랬었다. 자신은 이런 촌스런 드레스를 입어도 안에는 내복을 입고다닌다, 고. 그 내복이 반팔에 반바지인가보다. 여왕은 내복 위에 망토를 걸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약간 비웃다 싶더니 조금 울먹이는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술래는… 나다 해, 10초 셀거다…? 이 바보…소고."

여왕은 눈물이 흐르는걸 손으로 막고 도망쳤다. 계단은 두개였다. 하나는 흔히 쓰는 계단과 또 다른 하나는 계속 잠궈놓았던 비상용 계단. 지금은 긴급상황이였기에 모두 비상용 계단을 사용했다. 여왕이 잘 도망쳤나 싶어 둘러보다가 나는 드레스를 들쳐올려 손을 바지주머니에 갖다대며 그와 동시에 약을 꺼내들었다.
'환각제', 나를 다른 사람과 착각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약이라며 겐가이 할아범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신뢰하고 이 약을 받아왔다. 그가 말하길, 이건 꼭 위험하거나 중요한 상황이 써야한다고. 그런얘기는 다 필요없었다. 재빨리 약을 입에넣어 삼켰다. 효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라 몇번은 마음속으로 되뇌이자 빌어먹을 순간에 그들이 내가 있는곳까지 들이닥쳐왔다.
'여왕, 드디어 너의 목을 벨때가 왔다!!' 내가 생각한 구세주는 지금보니 전혀 달랐다. 정들었던 상냥한 모습은 어디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대신 나를 향해 달려들것만같은 살기가 지속되고 있었다. 히지가타 씨는 처음 봤을때부터 살기가 돋구고 있었지만, 입에 담배를 물며 안정을 취하는 것 같은 얼굴이였다. 콘도 씨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양이지사 녀석들이 나의 양 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간다. 끌고가는 도중에도 콘도 씨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구세주라 생각했던 그가 한순간에 악마로 변하는 순간, 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환각제가 제대로 먹힌 대신에, 모두의 살기의 표적은 '여왕'의 가면을 뒤집어 씌운 나였다.

*

"모든 시민들이여, 이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할 때가 온것이다! 그동안 우리를 개취급하며, 죄없는 우리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사사키 공의 후손들까지 모두 불태워 없앤 이 카부키쵸의 악의 여왕. 카구라를 처형하겠다!!"

한발한발 내딛을 때 마다 민중들의 환호소리가 들린다. 내 스스로 팔을 걸치고 목을 판자 안에다 넣어야한다는 게 꽤나 굴욕적이였다. 내 목 위에는 커다랗고 날카로운 쇳덩어리가 내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나무판자에 목을 내자 민중들이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나를 여왕이라 착각하고 비난하며, 도발시킬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다름아닌 히지가타 씨였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들킨건가, 싶어 눈을 질끈 감다가 다시 떠보자 히지가타씨의 시선은 다른곳으로 향해있었다. 위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거슬리게 만든다. 평소같으면 여왕한테 저 처형대를 부수든 뭐하라든 건의할텐데. 내가 따르는 여왕은 이미 내 옆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3시, 교회종이 세번 울리는 순간 쇳덩어리가 내 목을 칠 것이다. 그때까지 여왕이 한시라도 빨리 도망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분명, 도망갔으리라 생각한다. 분명…, 분명.

"잠깐, 질문."

분노하는 민중들 사이에서 히지가타 씨가 콘도 씨 앞에서 손을 번쩍 들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와의 거리는 꽤나 멀었기에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아야 알아들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히지가타 씨의 그 낮은 목소리가 너무나도 익숙해졌기에 작게 말해도 내 귀까지 잘 들려올것만 같았다. 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어 불을 붙이고 입에 갖다댔다. 여기까지 그의 담배연기를 내뿜는다한들 냄새는 이쪽까지 닿지 못하고 금방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한순간에 조용해진 분위기를, 히지가타 씨가 깨뜨리고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너… 나하고 어디서 본 적 있냐?"

그의 표정은 전에 봤던 것보다 한층 더 진지해져 있었다. 질문을 듣자 더욱 더 분노한 민중들이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한다. 여왕에게서 온 첩자가 아니냐며, 무슨 사이이냐며 여기저기서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민중들은 하나같이 미쳐있었다. 히지가타씨의 질문 하나로, 먹잇감 하나로 싸우는 하이에나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히지가타씨의 눈은 나를 뚜렷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술래잡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무덤덤하게 대답없이 히지가타 씨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포기했다는듯이 시선을 돌리고 담배를 땅에 내던지며 발로 밟아 비볐다.

"이제 작별이다! 카부키쵸의 악의 여왕.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는건가?"

콘도 씨가 사악하게 웃으며, 모두가 나를 비웃으며 그저 내가 죽기를 빨리 바라고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 무섭고도 두려워지는 기분을 여왕이 느끼지 못해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또 쉬었다. 분명 마지막으로 내 목소리를 들으면 모두 내가 여왕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고 만다. 더군다나 히지가타 씨도 그런 질문을 할 정도라면 어느정도 눈치 챈 모양이였고.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모르겠다. 단지 잠겨두었던 생각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모든걸 다 내팽겨치고 여왕과 단 둘이서 도망쳤다면 어땠을까.
나는 정말 여왕을 지켜주는 걸까, 나는 '선'인가, '악'인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여왕한테 전해지면 어떻게 될까.
여왕은 나를 좋아하고 있을까, 여왕은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나는 여왕을 사랑하는데, 좋아하는데. 계속 가슴속에 쓰레기더미처럼 묻어놓으면서까지 여왕을 짝사랑해왔는데. 너는 알고 있는걸까?
나는 잘 모르겠어, 네가 왜 모두에게 '악의 딸' 이라 불릴정도로 사악했는지.

여왕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처음 내가 여왕의 옆에서 일하게 된일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점점 잊혀져간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하늘을 쳐다보자 한참 전에 하늘로 떠나신 누님의 얼굴이 뭉실뭉실하게 구름이되어 비춰진다. 여왕이 처형대에 올려놓은 모든 민중들은 나와 다른 생각이겠지, 모두 억울해하며 목을 내놓았으니까.

'이거는 다시마초절임이라고 하는거다 해! 내가 먹어본 것들 중에 가장 맛있는거라 생각해!'
'흐응, 그게 맛있는거야?'
'당연하지! 이 카구라님을 믿으면 된다 해! 그럼 엄청 맛있을테니까!'
'나중에 먹어볼게.'

댕, 댕, 댕ㅡ. 교회 종소리가 마지막을 고한다.

'지금당장 다시마초절임을 가져와라 해! 여왕은 지금 몹시 배고프다 해!'
'누가 배고프다고 다시마초절임을 드신답니까? 네네, 알겠습니다.'

"오늘 간식도 다시마초절임 입니다."

너는 여왕, 나는 하인.
운명이 갈라진 불쌍한 우리들.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악이라도 되어 보이겠어.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때는 실컷 놀아보자.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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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둘러 쌓인 세가지의 길, 그곳에서 차례차례 한사람씩 빛을 보이며 걸음을 들어선다. 첫번째로 발을 내딘사람은 다름아닌 파란빛 천연파마가 유난히 빛나는 사카타 긴토키였다. 긴토키는 꿈인거라 생각하는지 길을 걸어나오면서 한손으로 코를 후비적거린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코딱지를 멀리 손으로 튕긴다. '뭐야' 조용히 중얼거리며 긴토키는 뒤를 돌아보고, 문이 닫혀진 두 개의 길을 빤히 쳐다보자 가운데에 문이 열리며 빛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빛을 드러내며 나온 사람은 긴토키와의 오랜 벗, 카츠라 코타로였다. 카츠라는 희안하게도 국수를 먹으며 길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열심히 먹고있는 카츠라를 긴토키가 보기 싫었는지 긴토키는 그의 허벅지를 발로 차자 국수와 함께 바닥으로 엎어졌다. 카츠라는 중저음의 톤으로 소리를 버럭 지르며 긴토키에게 따지고 있었고, 긴토키도 짜증이 난건지 그에게 입을 삐죽 내밀며 장난스럽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둘의 말싸움이 계속 끝나지 않는 사이에 어느순간 세번째 문이 열리며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번째로 나온 사람은 긴토키와 카츠라, 마찬가지로 벗이기도 한 사카모토 타츠마였다. 사카모토는 길을 나오면서 계속 크게 입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카모토의 웃음소리가 시끄러운건지 둘이 동시에 웃고있는 사카모토를 기습공격하자 사카모토가 뒤로 자빠졌다. 그러나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야 그들은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이곳이 어디냐, 우리가 왜 여기에 뭉쳤는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우리가 여기있는건데? 그리고 한명이 빠진 것 같은데."
"아하하핫! 혹시 우리몰래 파티를 열 생ㄱ..왁!"
"흐응, 아니면 무슨 함정일지도 모르지. 긴토키, 혹시 저 앞에 있는것들이 뭔지 알고있나?"

카츠라는 자신의 앞에 있는것을 가르켰다. 시선을 돌려 카츠라가 가르킨 쪽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악기가 놓여져 있었다. 그 악기의 이름은 샤미센, 이라고 사카모토가 말해주었다. 그리고 샤미센과 함께 주걱같은 피스가 같이있었다. 샤미센은 우리의 수와 같은 3개가 나란히 있었고, 그와 동시에 고개를 올려보자 천천히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타카스기 신스케가 눈앞에 있었다. 긴토키는 신스케의 표정에 위협을 느꼈는지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동야호를 쥐어잡아 그에게 시선을 떨어뜨리며 웃고있는 신스케를 노려보았다. 카츠라도 칼은 없었지만 긴토키와 같은 눈으로 신스케를 노려보고 있었다. 타츠마는 서로 노려보고 있는 신스케, 카츠라와 긴토키를 바라보며 어색하고 입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진정시킬려 하고있었다.
신스케가 뭐냐는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그들을 비웃으며 한손을 약간 들어올리며 대담하게 입을 열었다.

"진정해, 난 너희들하고 싸우지 않을거라고."
"그걸 어떻게 믿냐, 타가스기."
"내 허리를 봐. 칼이 없잖아?"
"긴토키, 저걸 믿으면 큰일난다. 분명 저 속안에는…"
"…정 못믿겠으면 벗어줘야하는건가?"
"난 네 몸따위 보고싶지 않아."

그들의 진지하면서도 언뜻보면 웃길듯한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마치 유치하게 짝이없는 유치원생들 같았다. 어느새 이야기가 풀린건지 긴토키는 동야호를 집어넣고 노려보던 눈도 다시 평범한 눈으로 되돌아왔다. 카츠라는 바보인건지, 이해하지 못한건지 그의 매서운 눈은 신스케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카모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풀린건가 싶어 다시 크게 웃고있었다. 조용한 상황에서도 신스케는 진지함을 잃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밑에있는 샤미센을 하나 집어들었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현을 살짝 튕기며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들은 신스케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긴토키와 카츠라는 제대로 못믿는지 서로 귓속말로 신스케의 뒷담화를 벌이고 있었다. 신스케가 중얼거리는 그들을 쳐다보자 긴토키와 카츠라는 움찔하여 몸을 굳혔다. 신스케는 어리둥절해하더니 다시 웃었다.

"혹시 샤미센… 이라고 알고있나?"
"엉? 그게 뭐야, 그거 기타잖아."
"긴토키! 무슨 소리인가! 그건 밥주걱같이 생긴걸로 돌리는, 그런게 아닌건가?"
"아하하핫! 다들 모르는군! 이 샤미센이라는 건 말이지……"
"있는 그대로 정의하자면 악기에 불과하지."

샤미센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현악기이며, 민요나 반주, 근세 일본 음악에 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종목에 해당되는 악기라고 한다. 3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뜻 보면 바이올린과 비슷하다고 한다. 연주할 때는 샤미센 옆에 놓여져있었던 주걱같이 생긴 것으로 줄을 뜯으며 연주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은, 신스케의 설명을 못알아들은건지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은 전부 신스케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신스케가 뭐하나싶어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서로 빙 둘러앉아 우노(UNO)를 하던것이 아닌가. 한둘씩 카드가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사카모토가 우노! 를 외치자 그와동시에 샤미센이 사카모토의 뒷통수로 날라왔다. 충격이 심했는지 그가 기절하자 긴토키와 카츠라가 신스케를 바라보자 이미 신스케의 표정은 상당히 독수리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비비 꼬면서 쫄고있는 두사람에게 신스케는 한번 헛기침을 하더니 기절한 사카모토의 등을 발로 한번 밟더니 마치 왕자님과도 같은 포즈로 대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너희들에게 이 '샤미센' 에 대해 가르쳐줄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란 말이다, 알아들었냐?"
"…네, 네.."

지금부터 신스케의 샤미센 훈련교실은 지금부터 막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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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

카테고리 없음 2015. 2. 21. 17:20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짝짓기를 맺고, 나중에 혼인이라는 도장을 꽝하고 찍는거라 긴쨩이 그렇게 말했다. 긴쨩은 그런걸 왜 묻냐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는 마음속에 있는 갈증을 꾹 참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무섭게도 흘러가면서, 점차 부풀어나는 갈등은 억제할 수 없었다. '결혼', 그가 말했던 이 두글자는 나를 울게 할 것만 같았다.
웃음을 유지하며 다시 긴쨩에게 물었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짝짓기를 맺다 실패하는 바람에 퇴짜맞은 여자는 어떻게 되냐고, 그러면 혼인이라는 도장을 찍을 수 없냐고, 그렇게 물어보았다. 잠시나마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긴쨩이 대답하기를, 어쩔 수 없다며 짝짓기를 한 기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내게 무덤덤하면서도 진지하게 얘기하였다. 대답을 다 듣고나서야 멈추던 시간이 재빠르게 흐르고 있는것만 같았다.
나는 절대 울고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앞에서 대담하게 여자를 데려오며 대담하게 팔짱을 끼고, 대담하게 결혼한다 말하며 여자는 나를향해 악마같은 웃음을 짓고, 대담하게 나를 무시한채 뒤돌아 걸어가는 사디가 싫었으니까. 울면 지는 거니까.

'얼라야, 미안한데 나부터 간다. 식장은 신센구미 둔영이다. 올거면 오고, 어차피 안 올게 뻔하지만.'

사디가 생각하는 게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며 생각했다. 긴쨩, 신파치도 사디의 말을 들은건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신센구미 둔영쪽으로 향했다. 내 표정을 읽은건지, 안좋아보였던건지 신파치가 괜찮냐며 내 등에 손을 올려놓았다. 평소 내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억지로라도 신파치의 손을 내리쳤다. 신파치가 발악하며 내게 소리치자, 긴쨩이 시끄럽다며 신파치의 머리를 때린다.
그래, 이 기분이다. 이 행동, 이 표정으로 다녀야 해결사 다운거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우리들은 신센구미 둔영에 발을 내딛게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한다. 토시도, 고릴라도, 그리고… 점장을 입은 사디와,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전부 다 해결사네가 왔다는 소리에 뒤돌아 크게 박수를 친다. 신파치는 얼굴을 붉히고, 긴짱은 무덤덤하게 아무데나 덩그러니 앉아 자키를 잡고 궁시렁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사디를 바라보았다. 사디도 전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다 싶더니, 다시 눈을 돌려 자신의 옆에서 손을 꼭 잡고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고릴라가 가운데에 자리잡고 서서 크게 외친다.

"에에, 지금부터 신센구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군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릴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신센구미 대원들과 손님들이 일어나 박수를 크게 쳤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조금씩 손이 떨렸다. 입이 벌벌 떨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사디의 옆에 있는 여자가 몰래 뒤돌아 나를 쳐다본다. 마치 신데렐라에 나오는 새언니처럼 기분나쁘게, 사악하게 웃는다. '결혼식' 이라는 말에 나는 넋을 잃고 결혼식을 치르는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회자는 고릴라였는지라 바보스럽게 사회를 진행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뭉친 사람들 사이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모든 걸 내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디와 여자가 팔짱을 끼고, 서로를 맹세하겠다는 듯이 입을 맞추고 떼기를.
사실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와의 결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디와 나는 짝짓기를 하지 않았다. 혼인이라는 도장을 쾅, 찍을수도 없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디를 사랑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나였으니까.

고릴라가 진행을 끝내자 신센구미 둔영 앞으로 검은색 차 한대가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차 앞에 둥그렇게 서서 차를 타는 신랑과 신부를 바라본다. 그 전에 뭐라도 한마디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나는 뭉쳐있는 사람들을 힘으로 떨궈내며 겨우겨우 차 앞에까지 오게 되었다. 하필이면 사디가 차 문을 닫을 때, 아슬하게 사디의 앞까지 서 있었다. 사람들에게 밀려나온 탓일까, 아니면 내 본능의 탓일까. 사디가 잠깐 기다리라며 여자를 기다리게 하고 타려던 차 문을 닫고 사디가 내 앞에 섰다. 그가 내 눈앞에 있다.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나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옷깃을 잡으면서 가지말라며 메달리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울기도 싫었으니까.
무언가를 다짐한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사디의 앞에서 소리쳤다.

"…결혼, 축하한다 해."

짝사랑은 참 즐거운 것 같다. 사디가 내게 눈을 돌리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가 내게 관심을 껐다는 걸 한참 전에 눈치챘다.
결혼도 할 거라는 걸 전에 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네 '결혼' 이라는 말에 종지부를 찍으며 그동안의 짝사랑을 잊지 않을거라고 몇번이고, 수백번이고 다짐하고 있었다.
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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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

2015. 2. 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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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별아]

2015. 2. 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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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5. 2. 5. 21:25
+ 제0장 ~프롤로그~ +

옛날, 마요라가 없는 아주 먼 옛날에 사디스틱한 별에서 찾아온 도S의 한 왕자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왕자는 매일매일 신센구별에서 마요라 로켓을 타고 사디별에 찾아온 히지가타 토시로를 있을 때마다 불러내어 그를 괴롭히면서 갖고노는게 그의 악질적인 취미였습니다. 어느샌가 토시로를 가지고 노는게 질린 도S왕자는 모두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한 암퇘지만이 내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더라고요. 알고보니까 그여자는 얏호별에서 차이나복장을 입고 이 별까지 홀로 뛰어왔다고 하네요. 그여자는 끝말에 '해' 라는 어미를 갖다붙이면서 혼자 히로인역을 다 하고있지 뭡니까. 저는 그여자가 너무나도 짜증나고 마음에 안든 나머지 결국은 차이나를 괴롭히기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슨짓을 벌여도 차이나는 꿋꿋하게 다시 제앞에 서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더라고요.
그리고 어느샌가 차이나가 이상하게도 싫은데 어디 마음속 한구석에 그여자가 제부분을 차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걸 알게된 저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아, 이게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여자를 괴롭히면서 '사랑' 해볼까합니다.

저는 지금 차이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끝, 역시 오키타님이 지어내신 이야기는 대단한 것 같다."
"웃기지말라 해! 얏호별은 또 뭐고!! 난 뛰어온 적도 없다! 그리고 토시가 불쌍하다 해!"
"왜 나한테는 사디라고 말하고 저딴녀석한테는 토시라고 부르는거냐? 뭔가 기분나쁜데."
"…난 오키타보다 사디가 좋다 해..!"
"어, 말했다. 내 이름 말했다."
"입 다물라 해!!"

이렇게 우리둘은 길고 긴 사랑을 해볼까 합니다.
저는 여전히 차이나를 사랑하는 그녀만의 도S 사디입니다.

[Open]

+ 제 1장 ~오늘 날씨는 그저그런 그녀만의 날씨~

부시시한 머리상태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까치집이 지어있어 새들이 놀고가기에는 안성맞춤이였던 머리모양이였다. 어차피 머리모양으로 소리칠 사람은 없으니 그냥 이대로 출근하자고 마음먹기 전에, 거울로 비치는 새하얀 침대위에 그녀가 코를 골면서 드러누워있었다. 잠깐, 왜 우리가 이렇게 같이자고있냐고? 밤일을 하기위해서라던가… 그딴건 절대 아니다. 옛날에만 해도 그녀를 보자마자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기가 기본이였던 우리가 한방에서 떡하니 누워서 자고있다. 사실을 얘기하자면 나와 차이나는 현재 '동거' 중인 연인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것이다.
나는 안방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 옷걸이에 걸쳐져있는 신센구미 제복을 빤히 쳐다보면서 오늘은 히지가타 씨를 어떻게 괴롭힐까, 생각하다가 괴롭힘 당하는 그를 보면서 씨익 웃고있었다. 개밥에 뒤덮이게 만들어주지. 잠옷을 벗어 아무데나 휙 던지고 신센구미 제복을 잡아꺼내 옷을 갈아입을라던 찰나 어디선가 하암, 하품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일어났나보다.

"사디, 잘잤냐 ㅎ..."

침대에서 일어난 차이나가 옆에 내가 없는 걸 알고 쾅쾅쾅, 잠이 덜깬 상태로 내방까지 걸어와 나를 마주봤다. 아뿔사, 하필이면 잠옷을 벗고 제복으로 갈아입을 때 하품 하고있는 채로 그녀가 내 방문을 열고만것이다. 그리고 현재 나는 윗옷만 벗은 상태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나도모르던 어색한 정적이 흘려들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차이나가 입을 딱 벌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멘탈이 와장창 깨진것처럼 완전히 돌덩어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야 잠에서 깬 것 같았다. 나도 빨리 무식한 차이나를 월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해 빨리 제복을 걸쳐입고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차이나의 머리에다가 퍽, 주먹을 꺼내들어 그녀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차이나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내가 제복을 입고 그녀의 앞에 서있을 때였다.

"같다온다, 집이나 잘보고 있어 암퇘지."
"어, 어디가는거냐 해?"
"어디긴 어디냐, 오키타님 출근하러 가신다."

오늘도 매정한 모습으로 차이나에게 출근인사를 하였다. 나 조금은 폼나 보이려나, 그녀가 매정한 나를 보면서 반했을까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집문을 열고 실실 웃고있을 때였다. 차이나가 내 뒤에서 입을 열까말까 하며 버벅거리고 있었다. 마치 신혼인 남편이 출근을 하기전에 뒤에서 마누라가 잘다녀오라면서 남편 입에다 뽀뽀하는 그런 장면이 내 머릿속에서 오버랩(over rap)하고 있었다.
차이나는 분명 내게 잘다녀오라는 말을 하다못해 버벅거리고 있을게 분명하다.

"오, 올때 다시마초절임 잔뜩 사가지고 와라 해!"

예상이 빗나갔다. 그녀의 귀여움에 오늘도 알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

신센구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앞에서 나를보며 깍듯이 인사하는 대원들이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신센구미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히지가타 씨가 내 앞길을 떡하니 막고있는것이 아닌가.
무시하고 옆으로 지나갈려고 해도 히지가타 씨도 같이 옆으로 움직이고, 내가 방향을 돌릴려고 해도 그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길을 막고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인상을 구기면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마요네즈 통으로 장식되어있는)로 불을 붙이고 들이마쉬다가 내쉬면서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내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소고, 요즘 늦게 온다고 생각하지않냐?"
"일찍 출근시간에 맞춰 들어온다고 생각하는데요. 히지가타 씨야말로 일을 땡땡이치고 왜 여기서 얼쩡거리시는거죠?"
"대장인 너를 돌보는것도 부장으로써 해야하는 일인 것 같아서, 아무튼 몇번은 봐주겠지만 매일은 안됀다는거다."
"아, 예."

중저음으로 얘기하는 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냈다. 히지가타 씨가 아침에 뭘 먹은건지는 모르겠으나 입에서 담배냄새와 함께 마요네즈 냄새가 섞여 구정물같은 입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기에 기분이 상당히 나쁠수밖에 없었다.그를 지나쳐 대원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흠칫 뒤를 돌아보자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갈려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들키지는 않은걸까 조마조마하다가 히지가타 씨가 시선을 돌렸다.
사실은 모두에게 차이나와의 연애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저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도 포함해서 차이나 둘 뿐이였다. 공개연애는 대놓고 까발리자면 다들 좋아하겠지만 일에 방해되면서도 대원들에게 돌아오는 질문이 오로지 차이나에 대해 물어볼까봐 불안했기에 우리는 '비밀연애' 를 선택했다. 지금쯤이면 그녀는 분명 해결사네로 가고있을것이다. 의뢰를 듣고 받아주는 차이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올라갈정도로 행복해 미치는것만 같았다.
아, 빨리 그녀가 보고싶다.

오늘도 신센구미에 끊임없이 들어오는 수사는 나를 미치게한다. 어차피 나는 그시간에 땡땡이를 치면 그만이지만, 이제는 히지가타 씨가 눈뜨고 못봐죽겠다는듯이 스토커마냥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야마자키도 그를 말리려고 했으나 그에게는 히지가타 씨한테 얻어터지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당을 걷는 도중에 콘도 씨를 마주쳤다. 콘도 씨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웃고 있었다. 이제는 무슨짓만 해도 들킨걸까, 라며 불안해하고 있는 나이기에 무척 예민해져있었다. 그런데 다행이게도 콘도 씨가 그저 평범한 안부인사를 묻고있었다.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에게 어제와 똑같은 임무를 내려주셨다. 히지가타 씨와 대원들과 함께 순찰하기, 그것은 매일 해도 질리지 않는 재미있는 임무였다. 뒤를 돌아 히지가타 씨 앞에서 일부로 불쾌하게 웃어보였다. 그가 약간 움찔해 내 얼굴을 피하고 있었다. 슬슬 준비하고 순찰을 시작해볼까ㅡ. 오늘도 여전히 내 소중한 바주카를 어깨위에 지고 히지가타를 죽일 준비를 계획하고 있었다.
순찰은 내게 히지가타를 부장자리에서 내쫓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와도 같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순찰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각자 대원들을 나누어 차에 태우고 먼저 보냈더. 그리고 몰래 바주카를 뒤에서 조준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어라, 히지가타 씨. 앞에 바퀴벌레 있어요."
"어이, 야 잠깐만..."
"얼굴 조심하세요."

휘익ㅡ, 펑! 커다란 폭발음이 일어났다. 커다란 폭발과 동시에 뿌연 연기에 가려져 먼지를 털고있는 히지가타 씨와 또 저앞에 폭탄에 맞았는지 나뒹굴어져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젠장, 제대로 맞추지 못한것일까. 아니면 그가 익숙해진 것일까. 연기가 조금씩 거두어지면서 히지가타 씨가 내게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히지가타 씨 앞에 정체모를 인물이 내 앞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화를 내고있는 히지가타 씨를 옆으로 집어던지고 내 앞에 당당히 서있는 그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름 아닌 폭탄에 맞은 사람은 형씨였나보다. 푸른빛 천연파마가 시꺼멓게 변해져있었다. 형씨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죽어있는 동태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참…,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 죄송해요 형씨, 저기 나뒹굴어져 있는 히지가타 씨를 맞출려다가 그만 형씨가 맞아버렸네요. 다행이네."
"다행은 뭐가 다행이야!! 하마터면 심장까지 시꺼멓게 변할뻔했잖아!! 점프도 시꺼멓게 타버렸고!"
"점프값은 히지가타 씨가 내준대요."
"뭣?! 내가 언제 내준다고 했어!!"

그러고보니 형씨 옆에는 차이나가 보이지 않았다. 형씨도 참, 여자를 집에두고 어디를 가는거람. 그녀석은 여자도 아니지만…. 하지만 혼자 집보는 차이나를 생각하면 당장 쳐들어가서 괴롭히고 싶을정도로 그녀가 보고싶었다. 어느샌가 내 머릿속에는 망상으로 가득차고 있었고 히지가타 씨와 형씨가 싸우던 말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히지가타 씨, 순찰 안돌거면 콘도 씨한테 다 말할겁니다."
"너, 너 지금 땡땡이 칠려고 하는거지?! 거기안서?!"
"넌 또 어디갈라고, 내 점프값 물어낼때까지 내가 너 붙잡고있을거라고?"
"어이 소고!"

항상 이런식으로 히지가타 씨를 제쳐두고 순찰하러 온 곳은 해결사네 집이였다. 나는 계단을 올라 해결사네 집 문을 크게 두번정도 두들겼다. 이유모를 정적이 내 주변을 감싸돌고 있었다.
한 몇분정도 지났을까, 문을 연 사람은 다름아닌 나보다 몇배 덩치 큰 개가 떡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차이나의 애완동물이였다.(애완동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크다. 절대로 키 얘기를 한게 아니다.)

"혹시 차이나 있습니까."
"멍!"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멍!"

내가 내 자신이 한심하게 보일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지금' 이라고 대답할것이다. 지금 나는 한글자밖에 얘기를 못하는 개와 이야기하는 신세이다. 젠장, 차이나 그녀석은 이 커다란 개를 놓고 어디로 간걸까. 문을 닫는걸 깜빡해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문을 닫을려고 했을때는 이미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혀있었다. 괜히 헛고생을 한것만 같았단 생각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아, 가기 전에 형씨에게 물어볼걸… 중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차이나를 찾기 시작했다.
차이나를 만나면 뭐라고 시비(인사)를 걸어야하나, 어떻게 괴롭혀줄까. 막상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정작 겉모습으로는 웃는얼굴이 아니지만은….)
잠깐 피로한 몸을 풀기위해 공원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걸어갔다.
Posted by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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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히지] 개와 고양이

2015. 2. 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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